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초반 이름값을 하지 못하던 각국 간판 골잡이들이 서서히 감각을 회복하며 '골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은 초반 지독한 골 가뭄에 시달리면서 '흥미가 떨어진다'는 혹평이 이어졌다.
본선에 진출한 32개 나라가 모두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르고 난 뒤 내놓은 결과는 16경기에서 25골이었다.
경기당 1.56골로 역대 월드컵 가운데 가장 골이 적었던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경기당 2.21골)보다도 훨씬 적었다.
반발력이 큰 공인구 자블라니의 특성과 겨울에 고지대에서 경기가 열리는 환경에 선수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무엇보다도 팬들을 실망시킨 것은 철저하게 분석당한 각국 간판 공격수들이 탄탄한 수비에 가로막히면서 더욱 경기에 박진감이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첫 16경기에서 터진 25골 중 공격수가 터뜨린 골은 7골밖에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초반 유일하게 강팀다운 면모를 보여준 독일의 공격수들이 호주와 첫 경기에서 돌아가며 터뜨린 4골과 가나의 아사모아 기안(렌)의 페널티킥 골을 제외하면 2골밖에 남지 않는다.
나머지 18골은 모두 측면이나 2선에서 침투해 들어간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의 작품이었다.
골잡이들의 번뜩이는 '킬러 본능'과 화려한 골잔치를 지켜보려 4년을 기다린 팬들로서는 아쉬운 결과였다.
그러나 조별리그가 2막에 돌입하면서 침묵하던 공격수들이 하나 둘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우루과이의 베테랑 공격수 디에고 포를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었다.
포를란은 남아공과 2차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이번 대회 처음으로 한 경기 두 골을 기록했다.
곧바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의 간판 공격수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이다득점 대열에 합류했다.
이과인은 17일(한국시간) 한국과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단숨에 포를란을 넘어 득점 1위로 뛰어올랐다.
이어 열린 그리스-나이지리아 경기에서는 그리스 공격수 디미트리오스 살핑기디스(파나티나이코스)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이끌었고, 멕시코의 신예 골잡이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선제 결승골을 작렬해 프랑스를 탈락 위기로 내몰았다.
17일부터 시작된 네 경기에서 11골이 터졌고, 이중 7골을 공격수들이 책임진 것이다.
한국 팬들에게는 즐거움보다 아쉬움이 큰 결과였지만, 특히 이과인의 해트트릭은 의미가 컸다.
이과인은 2002년 조별리그 폴란드와 경기에서 3골을 넣은 파울레타(포르투갈) 이후 8년 만에 월드컵 해트트릭의 주인공이 됐다. 2006년 월드컵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아예 해트트릭이 나오지 않았다.
자블라니의 특성과 남아공의 환경에 적응한 골잡이들이 잠자던 '킬러 본능'을 다시 보여줄 준비를 속속 마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조별리그 A조와 B조의 두 번째 경기 결과를 보면 첫 경기보다 각국 공격력이 조금씩 날카로워지는 모양새다.
첫 2경기에서 슈팅수 103개와 유효슈팅 33개를 기록한 8개 나라는 다음 2경기에서는 슈팅수 126개와 유효슈팅 46개를 기록했다.
슈팅과 유효슈팅 모두 늘어났고, 유효슈팅의 비율도 32%에서 36.5%로 커졌다. 유효슈팅의 비율이 적어진 것은 두 번째 경기에서 크게 진 남아공과 한국 두 나라뿐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