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가 한창 치열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경기장 바깥에서도 한 치 양보 없는 설전이 맹렬하게 펼쳐지고 있다.
월드컵이 배출한 축구 영웅들이 언론 매체와 인터뷰에서 특정 감독의 용병술 등을 비판하면 해당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정면으로 맞받아치는 양상이다.
또 감독끼리 간접적으로 말싸움을 주고받으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장외 공방전에서 가장 주가가 높은 이는 다혈질의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이다.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마다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마라도나 감독은 경기장 밖에서도 비판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마라도나 감독은 16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기자회견에서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에 대해 "박물관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는 나에 대해 이야기하지 마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는 펠레가 바로 전날 마라도나 감독을 "돈 때문에 감독을 맡은 인물"이라고 묘사하면서 "아르헨티나가 남아공 월드컵 예선에서 고전한 것을 잘 봤는데 마라도나에게 지휘봉을 맡긴 사람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 비판에 반격한 것이다.
마라도나 감독은 16일 프랑스 축구 영웅인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회장에 대해서도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마라도나 감독은 플라티니가 자신을 비판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접하고 "플라티니는 스스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다가 18일 플라티니에게서 해명의 편지를 받았다며 "플라티니에 사과한다. 하지만 펠레에게는 사과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라도나 감독은 허정무 한국 대표팀 감독과도 설전을 주고받았다.
마라도나 감독은 한국과 조별리그 2차전을 앞둔 16일 "한국이 메시에게 뭔가(?)를 한다면 심판이 옐로카드를 꺼내야 한다. 발차기 등 반칙이 나오면 곧바로 경고를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허정무 감독이 마라도나를 거칠게 막았던 장면을 연상시키는 듯한 말투였다.
그러자 허 감독은 "축구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독일의 축구 영웅 프란츠 베켄바워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파비오 카펠로 감독에게 포문을 열기도 했다.
베켄바워는 잉글랜드가 13일 조별리그 1차전에서 미국과 1-1로 비기자 "잉글랜드가 미국과 경기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축구라고 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깎아내리며 "카펠로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는 차고 나서 달리기만 하는 과거 잉글랜드의 '뻥축구' 시절로 되돌아갔다"고 혹독하게 비난했다.
그러자 카펠로는 17일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베켄바워는 다른 팀에 대해이야기할 때는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베켄바워의 언급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선수 기용이 논란의 불씨가 된 경우도 있다. 카를루스 케이로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은 부상한 디디에 드로그바(첼시)가 15일 포르투갈과 경기에 출장한 것을 비판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드로그바가 팔에 깁스를 한 채 출전한 탓에 포르투갈 선수들은 부상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은 선후배 스타끼리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1980년대 브라질 축구 대표팀 주장으로 '삼바 축구'를 이끌었던 소크라테스는 둥가 감독이 이끄는 브라질 팀의 스타일에 대해 "브라질 축구 전통에 모욕이다. 16강 진출에 실패할까봐 두렵다"고 했고 둥가 감독은 "주위 비판 때문에 스트레스가 크다"고 호소했다.
16강 탈락 위기에 몰린 프랑스는 월드컵을 시작하기 전부터 외부에서 쏟아진 비판 때문에 혼란을 겪었다.
전 대표팀 수비수 마르셀 드사이는 월드컵 개막 직전 "레몽 도메네크 감독은 라인업과 전술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조별리그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고, 크리스티안 카랑뵈도 "프랑스 수비에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에 동참했다.
프랑스 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지네딘 지단은 프랑스가 18일 조별리그 2차전에서멕시코에 0-2로 지자 "도메네크 감독이 미드필더 요안 구르퀴프를 활용하지 않은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