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가리켜 전문가와 팬들은 '천재'라고 했다. 한국 축구의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어갈 '기둥'이라고도 했다. 이제 그는 '월드컵 불운아'라는 새로운 별명을 갖게 됐다. 박주영(25·AS모나코·사진)을 두고 한 말이다.
박주영에게 월드컵은 혹독했다. 그는 지난 17일(한국시간)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본선 조별리그 2차전에서 전반 17분 자책골을 기록했다.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은 수비 커버를 위해 골문 앞에서 상대 공격수와 몸싸움을 벌였다. 그때 메시가 차올린 프리킥이 박주영의 다리에 맞고 우리나라 골문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린 박주영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때부터 박주영은 골키퍼 정성룡이 골을 잡으면 무조건 자기에게 차 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선수들이 볼을 가지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죽어라고 뛰었다. 전반 추가시간에 나온 이청용의 골도 따지고 보면 박주영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런 노력에도 한국은 1-4로 대패했고 박주영은 쏟아지는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지난 12일 그리스와의 경기도 그랬다. 한국이 2-0 승리를 거둬 대부분의 선수들이 칭찬을 받았지만 그 와중에도 박주영에게만은 비난이 쇄도했다. 그리스의 장신 수비수들과 악착같이 몸싸움을 벌여 여러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준 부분은 잊혔고 득점 기회를 놓친 장면만 유독 부각됐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박주영의 월드컵 불운은 2006년 독일 대회부터 시작됐다. 박주영은 1, 2차전 토고와 프랑스전에서 뛰지 못했고 16강 진출이 걸린 스위스와의 3차전에 처음으로 출격했다. 한국은 전반 23분 선제 결승골을 허용했다. 하칸 야킨이 미드필드 우중간에서 찬 왼발 프리킥을 장신 수비수 필리페 센데로스가 헤딩으로 골문에 꽂아 넣었다. 공교롭게도 이때 프리킥을 박주영이 내줬다. 트란퀼로 바르네타를 손으로 잡아끌다 경고를 받았고, 결국 프리킥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어쩌면 박주영에게 월드컵과 아르헨티나전 자책골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아픔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충격을 받은 박주영은 아르헨티나와의 경기 후 인터뷰도 사절하고 급하게 버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