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3일(한국시간) 더반 스타디움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B조 경기에서 이정수(왼쪽 두 번째)가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한민국을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으로 이끈 원동력은 세트피스 강점이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3경기에서 총 5골을 넣었고 그중 3골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경기의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고비에서 세트피스 골이 터졌다. 그리스와의 첫 경기를 완승으로 이끈 디딤돌이 된 선제골과 16강 진출을 확정한 3차전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동점골과 역전골이 모두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왔다.
세트피스는 공을 세워놓고 하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득점 공식으로 꼽힌다. 공을 제대로 찰 수 있는 키커가 있으면 금상첨화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3명의 환상적인 키커가 뛰고 있다. 박주영(AS 모나코)과 기성용(셀틱), 염기훈(수원)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역할도 명확하게 나눠져 있다. 기성용은 코너킥과 왼쪽 프리킥을 전담하고 중앙 프리킥은 박주영의 몫이다. 오른쪽 프리킥 때는 '왼발의 달인'으로 불리는 염기훈(수원)이 나선다.
뿐만 아니다. 치밀하게 준비도 했다. 이번 대회 공인구인 자불라니는 반발력이 크고 변화가 심해 키커들의 원성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자불라니의 특성을 분석해 나름대로 해법을 찾았다. 허정무 감독은 "자불라니는 힘을 주고 차면 80~90%가 뜬다. 힘을 뺀 상태에서 차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비결을 밝혔다.
세트피스 강자로 떠오른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러낸 단적인 장면은 나이지리아전에서 터진 박주영의 골이었다. 한마디로 예술에 가까웠다. 박주영이 감아찬 공은 바깥쪽으로 크게 휜 뒤 수비수 사이를 스쳐 지나가 오른쪽 골문에 꽂혔다. 앞선 아르헨티나, 그리스와의 1, 2차전에서 눈부신 선방을 펼쳤던 철벽 수문장 빈센트 에니에아마가 손도 대지 못할 정도였다. 이번 월드컵에서 직접 프리킥으로 성공시킨 첫 번째 골이었다. 전 세계를 주름잡는 최고 키커들도 자불라니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상황에서 박주영의 골이 나와 더욱 돋보였다. 이와 함께 세트피스 3골 중 나머지 2골은 기성용이 감아찬 볼을 이정수가 모두 골문 안으로 꽂아넣어 우리나라의 확실한 득점 공식을 확립시켰다.
세트피스의 강자 우리나라가 오는 26일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도 또 다른 예술을 창조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