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벽을 뛰어넘자.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26일(한국시간) 남미의 우루과이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전을 치른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월드컵에서 남미에 처절하게 당했던 아픔을 되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남미 팀과 네 차례 맞붙어 1무 3패의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아르헨티나에 1-3,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우루과이에 0-1, 2010년 또다시 아르헨티나에 1-4로 패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볼리비아와 0-0으로 비긴 것이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성적표다.
남미와의 경기는 언제나 힘들었다. 힘을 바탕으로 하는 유럽과 달리 남미는 화려한 개인기와 유연성을 앞세워 한국 수비진을 농락했다. 한국이 믿었던 스피드와 체력도 남미의 개인기 앞에서 무력했다.
월드컵 무대뿐만 아니다. 역대 남미 팀과의 A매치에서도 4승 6무 15패의 절대적 열세다. 그나마 4승은 국내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서 기록한 것이다.
우루과이와 A매치 기록은 더 처참하다. 4전 전패에 달랑 한 골을 넣고 7골을 내줬다. 최근에 가진 우루과이와의 경기는 2007년 3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평가전이었다. 한국은 0-2로 패했다. 특히 한국이 우루과이에 내준 4패 중 2패를 오스카르 타바레스 현 감독에게 당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은 남미 징크스를 깰 기회다. 먼저 분위기가 좋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유럽의 그리스를 완파했고 3차전에서는 아프리카의 자존심 나이지리아를 맞아 우세한 경기를 했다. 2차전 아르헨티나전에서 1-4로 패했지만 경기 내용만 보면 한국도 선전했다. 이와 함께 월드컵 개막 전에 벌어진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 이미 자신감을 충전했다. 더욱이 이청용, 기성용, 박주영 등 겁없는 젊은 선수들은 유럽과 남미 팀을 가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우루과이는 한국에 행운의 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축구에서 사상 첫 4강 신화를 이뤘던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를 떠올려 보자. 당시 한국의 8강전 상대가 우루과이였다. 한국은 2-1의 신승을 거두고 4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이 이번 월드컵에서 우루과이를 격파한다면 우루과이는 한국 축구 역사에서 조연 역할을 톡톡하게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