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그동안 세계 축구계에서 '새가슴'으로 통했다. 누가 봐도 부러워할 만한 전력을 갖추고도 큰 대회에만 나가면 속된 말로 죽을 쑤었기 때문이다.
원년 월드컵이던 1930년 우루과이 대회 때부터 월드컵 본선과 인연을 맺은 이번 대회까지 13번이나 출전했지만 최고 성적은 1950년 브라질 대회 때의 4위가 고작이었다. 이번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것은 무려 60년 만이고 결승전에 진출한 것은 월드컵 도전 80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큰 무대에서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월드컵과 맞먹는다는 유럽선수권대회에서도 스페인의 '울렁증'은 계속됐다. 1964년 자국에서 열렸던 대회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은 뒤로는 좀처럼 다시 정상에 서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팬들은 스페인의 잠재력은 인정하면서도 '메이저 대회 징크스'를 들어 다른 국가들보다 한 수 아래로 여기기 일쑤였다.
그랬던 스페인이 변한 것은 유로 2008에서였다. 결승전에서 독일을 만난 스페인은 전반 33분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의 골로 1-0으로 승리하며 44년 만에 메이저대회 무관의 설움을 풀었다. 내친김에 스페인은 8일(한국시간) 더반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을 다시 1-0으로 제압하며 결승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오는 12일 열릴 네덜란드와의 최종 대결은 스페인 입장에서 볼 때 다소 다행스러운 측면이 있다. 상대가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등과 같은 월드컵 단골 우승국이 아니어서다. 큰 무대에서의 울렁증을 조금 극복했다고는 하지만 스페인이 이런 팀들과 결승전을 치른다면 그때 받을 심리적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페인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할 법한 네덜란드와 만났고, 월드컵 우승으로 '메이저 대회 징크스'에서 완벽하게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