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역에서 20분 쯤 걸어가면 가죽 제품을 주로 파는 몇 개의 건물과 재래 시장을 볼 수 있다.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특별한 것을 찾으려면 눈을 부릅뜨고 시장에서 파는 물품을 자세히 봐야 한다. 구찌, 루이비통, 샤넬 등등. 눈치 빠른 사람들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짝퉁' 시장이다.
그런데 여기는 다른 곳과 차이가 있다. 우선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전세계 '짝퉁 시장의 메카'가 광저우라고 보면 된다. 한 교민은 "한국에서 파는 짝퉁 대부분은 광저우에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크다. 종류도 다양하다. 가죽제품부터 시계나 액세서리 등 천차만별이다. 물론 한곳에 모여 있지는 않고 광저우 역을 중심으로 흩어져 있다.
지금은 아시안게임 중이라 당국에서 단속이 심하다고 한다. 한 여행 가이드는 "짝퉁도 급이 있는데 A급 짝퉁은 아시안게임 기간 당국의 단속이 심해서 잠잠한 상태다. 한국 여행객들이 짝퉁 시장에 가자고 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웬만하면 안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온 취재진 중 일부도 호기심으로 짝퉁 시장을 찾았지만 대부분 구경만 하고 왔다.
광저우의 짝퉁 시장은 체계가 잡혀 있다. 짝퉁을 만드는 공장부터 도매상까지 광저우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도매상에서 대규모로 주문하면 공장에서 만드는 식이다. 한국 상인들은 도매상들에게서 물건을 대량으로 사서 한국에서 판다. 물론 공장과 직접 거래하는 상인들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고급(?) 짝퉁은 공장에서 대규모로 만들지 않고 조그만 가정집에서 제조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짝퉁 시장에 가면 의외로 중국인들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말이 많이 들리고 서양인들도 많이 보인다. 한 교민은 "중국인들은 짝퉁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신분에 맞춰 살기 때문에 굳이 짝퉁을 찾지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해 줬다.
국내에서 흔히 통용되는 상식 중 하나는 중국에서 물건을 살 때는 무조건 깎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짝퉁 시장에서는 생각처럼 쉽게 통용되지 않는다. 그것도 나름 법칙이 있다. 물건을 많이 살 때는 깎아 주지만 1~2개 구입할 때는 웬만하면 할인이 되지 않는다. 즉 수량에 따라 다르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