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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새벽(한국시간) 런던 엑셀 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탁구 단체전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선수들이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세혁, 오상은, 유승민. 연합뉴스 |
- 국내 얇은 선수층 지적
- 프로 시스템 구축 한목소리
# 대표팀 해결사 유승민
- 어깨·무릎 연골 등 부상 불구
- 고비마다 환상 플레이 연출
# 런던서 꿈 이룬 주세혁
- 느닷없이 찾아온 병마 딛고
- 생애 첫 올림픽 메달 획득
# 형님 리더십 발휘 오상은
- 한동안 무적 신세 아픔 딛고
- 연초 새 소속팀서 심기일전
"이제는 중국 독일처럼 우리도 프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귀화 선수들에게 너무 의존하면 안 된다."
런던올림픽 남자탁구에서 은메달을 따낸 '노장 3인방'이 내놓은 고언이다. 주세혁(32·세계랭킹 10위·삼성생명) 오상은(35·11위·KDB대우증권) 유승민(30·17위·삼성생명)은 9일 새벽(한국시간) 엑셀 런던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탁구 남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중국에 0-3으로 완패했다. 장지커(1위), 마룽(2위), 왕하오(4위)로 꾸린 '만리장성'의 벽은 너무나 견고했다. 중국은 베이징 대회에 이어 2회 연속으로 탁구에 걸린 네 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탁구 신동, 저물다
유승민은 2004 아테네올림픽 단식 우승으로 중국의 벽을 무너뜨렸던 한국 탁구의 간판스타다. 1980·90년대 유남규 김택수가 한국 탁구를 이끌었다면 유승민은 2000년대를 대표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랭킹에서 밀려 개인전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단체전에만 출전했다. 사실상 조연. 어깨 인대 부상에 시달렸고 고질적인 왼쪽 무릎 연골 부상을 안고 런던올림픽에 나섰다. 그렇지만 고비 때마다 키 플레이어 역할을 하며 한국이 은메달을 따내는 데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유승민은 "후회는 없지만 이번에는 꼭 중국을 꼭 이겨보고 싶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중국과 독일 모두 탁구가 프로화돼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고 선수층도 얇다. 은메달도 적지 않은 성과지만 세계 정상으로 가려면 프로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비 달인'의 올림픽 첫 메달
주세혁은 감격의 첫 올림픽 메달을 품에 안았다. 주세혁은 공격과 수비를 겸비한 플레이로 한국 탁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온 선수다. 2003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마린(중국) 등 강호들을 물리치고 준우승, 한국 남자탁구 선수로는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림픽과는 인연이 닿지 않아 아테네올림픽 때는 단식과 복식 모두 16강에서 돌아섰고 베이징 때는 대표로 선발되지 못했다.
이번 런던올림픽 직전에는 자가면역질환인 베체트병에 걸려 두 달 가까이 운동을 쉬어야 했다. 하지만 '탁구 선수로서 올림픽 메달은 따내야 한다'는 자존심으로 결국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세혁은 "당장 은퇴를 하지는 않겠지만 다음 올림픽은 힘들다. 후배들이 이제 책임감을 가지고 인천 아시안게임과 4년 후 리우올림픽에서 우리보다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끝내 좌절된 맏형의 꿈
오상은은 우리 나이로 36세다. 그동안 대표팀의 '맏형'으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그는 지난해 말 전 소속팀 KGC인삼공사와 갈등에 따른 불성실한 플레이로 방출된 뒤 한동안 무적 신세로 지냈다. 그러나 올해 초 새 소속팀을 찾은 뒤 다시 심기일전한 오상은은 지난 6월 일본오픈 준우승, 브라질오픈 우승으로 한국이 중국에 이어 올림픽 단체전 2번 시드를 받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덕분에 한국은 결승까지 중국을 피해 순항하며 베이징 대회 때 동메달에서 이번 대회 은메달로 메달 색깔을 바꿨다.
오상은은 "그동안 올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땄다. 금메달을 따고 싶어 마지막으로 노력해봤지만 은메달로 내 올림픽이 끝났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제는 그동안 받아온 도움을 후배들에게 베풀고 전수하겠다"고 말했다.
■도전은 계속된다
유남규 감독은 "훈련 과정에서 '보따리 싸서 나가라'는 말까지 해가며 후배들을 다그쳤는데 잘 따라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동메달이라도 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고 감격해했다.
유 감독은 특히 최근 10여 년간 한국 탁구를 떠받쳐온 한 세대가 이번 올림픽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 만큼 이제 차세대 선수들이 대를 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뛴 선수들은 중국을 이기기 어렵다. 하지만 김민석, 서현덕, 이상수 같은 선수들은 중국 정상급 선수들을 이겨본 경험이 있다"면서 "좀 더 강한 훈련과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면 중국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