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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런던올림픽 축구 3·4위 결정전에서 일본을 누르고 동메달을 딴 대한민국 선수들이 경기 후 뒤풀이가 펼쳐진 라커룸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팔에 붕대 감은 이가 김창수. 김창수 선수 제공 |
- 예선 3경기서 상대 공격수 '꽁꽁'
- 팬들 '진정한 와일드카드' 찬사
- 8강전 부상으로 한일전 출전 못해
- "국가대표 목표로 더 열심히 할 것"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의 주장 김창수(27)는 내성적이라 평소 말이 없고 조용하다. 질문을 해도 단답형으로 대답해 인터뷰하기 어려운 선수 중의 한 명이다. 그런 그이지만 올림픽 이야기를 꺼내자 아쉬움 투성이라며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부상 치료를 위해 창원 집에 머물고 있는 그와 22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김창수는 이번 런던올림픽에 남다른 각오로 출전했다.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 때도 대표팀에 선발됐지만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벤치만 지켰다. 그것으로 올림픽과의 인연은 끝난 걸로 생각했다. 뜻밖에도 다시 기회가 왔다. 홍명보 감독이 그를 런던올림픽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불렀다.
"첫 경기인 멕시코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긴장한 데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몸이 굳더라고요. 하지만 이를 악물고 몸이 부서져라 뛰었습니다. 두 번 실패를 맛볼 수는 없다고 마음먹었죠." 김창수의 대인 수비는 K리그 최고로 평가받는다. 상대 공격수를 꽁꽁 묶었고 역습상황에서는 특기인 빠른 오버래핑으로 상대진영을 휘저었다. 그렇게 조별리그 3경기를 풀타임으로 뛰고 나자 그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진정한 와일드카드'라는 말부터 '저런 선수가 왜 국가대표가 아니냐'는 반응까지 칭찬 일색이었다.
8강 진출에 한몫을 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운명의 영국전. "정말 컨디션이 좋았습니다. 체조 양학선이 몸이 깃털처럼 느껴졌다고 했었죠. 꼭 그랬습니다." 컨디션이 너무 좋은 게 탈이었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오버래핑을 나가다가 상대 태클에 넘어졌다. "오른팔로 땅을 짚었는데 '뚝'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직감적으로 큰 탈이 났다는 걸 느꼈지만 아프다는 생각보단 억울함이 밀려왔습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더는 못 뛰게 되나…."
응급처치를 받으러 간 병원에서 승부차기를 TV로 봤다. 감격스럽고 기뻤지만 '이대로 귀국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답답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우리는 한몸이다. 끝까지 간다"며 그를 감쌌다. 눈물이 핑 돌았다. 벤치에서 지켜본 일본전은 조마조마했다. 무조건 이긴다고 했지만 승부는 겨뤄봐야 하는 것. 박주영이 첫 골을 넣는 순간, 이겼다는 감이 왔다.
김창수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경찰청에 입대하기로 구단과 이야기가 끝난 상황이었다. 그런 그에게 병역혜택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장래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한 게 없습니다. 팔이 이 모양이니 일단 부상회복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부러진 팔은 8주 진단이 나왔다. 시즌 막판에나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나 마찬가지다. 안익수 부산 감독은 "다친 부위가 팔이기 때문에 다른 훈련은 할 수도 있지만 무조건 쉬게 할 작정"이라며 무리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창수의 생각은 다르다. "올림픽 나가느라 팀에 기여도 못 했는데 부상을 입고 돌아오니 동료에게 미안해서 고개를 못 들 정돕니다. 최대한 빨리 몸을 만들어 마지막 몇 게임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올림픽에 보내준 구단과 감독님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할 길은 그것뿐이잖아요."
김창수는 다음 월드컵에 대한 욕심은 숨기지 않았다. "일단 국가대표가 되는 게 다음 목표입니다. 거기서 인정받는다면 2년 뒤 브라질월드컵에서도 뛸 수 있지 않을까요." 비록 팔에 깁스를 한 채 몸놀림은 부자연스럽지만 김창수는 벌써 월드컵 그라운드를 내달리는 자신을 상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