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미드필더 김남일(36·인천 유나이티드)이 한국 축구 대표팀에 다시 합류하자 훈련장이 술렁거렸다.
최강희 감독뿐만 아니라 동료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수비라인을 일차적으로 보호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 같은 경기력뿐만 아니라 그의 존재 자체로 얻는 힘이 크다는 게 기대의 내용이었다.
최 감독은 "김남일의 경기력은 최근 리그 경기에서 입증됐다"며 "그뿐만 아니라노병이 경기장에 있는 것만으로 힘이 되는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일은 이런 중책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새로운 도전이라서 즐겁기도 하다고털어놓았다.
그는 "오랜만에 대표팀에 들어와 부담이 있었지만 감독님과 면담한 뒤에 마음이편해졌다"고 말했다.
"아저씨, 그냥 하던 대로 편하게 하세요."
최 감독이 이날 김남일을 만나자 바로 건넨 말이었다고 한다.
김남일은 공식 소집일 하루 전인 전날 오전 일찍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 들어와 개인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경고누적 때문에 K리그 클래식 경기를 건너뛰고 쉬는 때라서 컨디션을 빨리 조절하려고 일찍 들어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남일은 그간 수차례 대표팀에 소집됐지만 일찍 합류한 것으로 처음이라고 밝혔다. 오랜만에 합류해 꼭 선전해야 한다는 중압감과 책임감이 느껴지는 행동으로 비쳤다.
김남일이 대표팀 훈련에서 갖는 카리스마는 겉보기에도 대단했다.
그를 롤모델로 삼고 운동해온 차세대 홀딩 미드필더 박종우(24·부산)는 김남일에게 인사를 건네면서도 서먹서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골잡이로 상종가를 치는 손흥민(21·함부르크)은 그와 마주칠 때 눈을 맞추지 못했다.
김남일은 "손흥민이 숙소 길목에서 마주치자 인사를 하고서는 나를 지나쳐 가지못하고 다른 쪽으로 멀리 돌아 목적지로 가더라"고 이색 풍경을 소개했다.
그는 대표팀 최고참의 역할과 관련해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표팀의 최고참 홍명보를 떠올렸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단의 지향점을 분명히 설정하고 일사불란하게 성과를 달성하도록 한 데는 홍명보의 역할이 컸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김남일은 "당시 홍명보가 대표팀에 들어온 뒤에 며칠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엄해졌다"며 "어린 나에게 몇 마디씩 나무라는 말이 아직도 가슴에 인상적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기법을 활용해볼까 고민하고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김남일의 역할은 이번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특별히 주목을받는다.
중앙 미드필더인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각각 경고누적, 부상으로 빠져 중원에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김남일은 "공수 간격을 조율하고 좋은 전진 패스도 많이 뿌려 공백을 메우겠다"고 플레이 계획을 밝혔다.
그는 "대표팀은 나에게 추억이 많은 곳"이라며 "새로 합류해 더 좋은 추억을 만들고 새 역사를 써보고 싶다"고 마음에 품은 큰 그림도 털어놓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