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작 전 술렁이던 경기장 분위기는 어느덧 가라앉았다.
투수가 던지는 공 하나하나, 타자가 휘두르는 방망이질 하나하나를 선수, 구단 관계자, 관중은 무등경기장에서의 마지막 프로야구 경기를 마음속에 담듯 숨죽여 지켜봤다.
옆에 있는 이의 숨소리마저 들릴법한 차분한 긴장감은 이내 함성과 아쉬움이 섞인 응원소리로 바뀌었다.
"기억할게 우리의 무등!"
2013년 10월 4일 프로야구의 마지막 경기가 열린 광주 무등경기장에는 KIA의 현재 성적과 상관없이 무등경기장에서 쌓은 타이거즈의 승리를 추억하고 새로운 희망을 응원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삼진! 삼진! 병살로 잡어~"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린 마지막 프로야구 경기 현장에는 무등경기장의 명물 '삼진 할머니' 나승남(78)씨의 날카로운 응원소리도 어김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지난 1990년대 김성한, 김일권 시절부터 홈경기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24년간 무등경기장을 찾은 그녀는 몇 해 전부터는 구단 측의 배려로 매번 무료입장하는 명예회원 자격을 얻었다.
그는 무등 구장에서 지난 24년간 차곡차곡 쌓인 추억을 하나씩 풀어놨다.
나승남 할머니는 "무등경기장은 선수들의 부상도 많이 목격하고 우승의 추억도 많아 눈물과 기쁨의 추억이 많은 공간이다"며 "어린 손자를 안고 야구장을 찾은 옛시절이 떠오른다"고 추억했다.
유년시절부터 고교선수, 프로선수, 감독까지 무등경기장에서 야구인생을 펼친 선동열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수로 시작해 지도자를 거쳐 감독까지 이곳에서 지내 40년의 추억이 깃든 곳이다"며 "무등구장의 마운드 흙이라도 병에 담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30년 동안 무등경기장과 함께 한 '해태아줌마' 김종님(63·여)씨도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1990년 해태 타이거즈 시절 아이를 등에 업고 익살스러운 몸동작과 사투리섞인 응원으로 해태아줌마라는 별칭을 얻었다.
김씨는 "무등구장에서 오징어를 팔며 생계를 꾸려가다 타이거즈의 승리 행진에 힘이 나 응원을 시작했다"며 "이곳은 정이 깃든 곳이다"고 회상했다.
초등학생 아이의 손을 잡고 무등경기장을 찾은 김미덕(39·여)씨는 "아이에게 역사가 깃든 무등경기장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야구장을 찾았다"며 "무등경기장의 역사가 새 구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을 수많은 관중 중에는 현장 예매를 하려다 표가 매진돼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경기가 시작된 후에도 무등경기장 주변을 떠나지 않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경기를 보며 무등경기장에서의 마지막 응원을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팬들의 아쉬움과 환호 속에 무등경기장은 4일 마지막 프로야구 경기를 끝으로 타이거즈와 작별하게 됐다.
한국시리즈에서 10번 우승한 타이거즈지만 광주 무등경기장에서는 지난 1987년 단 한 번 우승컵이 들어 올려졌다.
그러나 수많은 스타선수의 산실, 32년 타이거즈의 추억의 장소 무등경기장은 경기장에 내걸린 펼침막 '땀과 혼이 깃든 이곳, 영원히'라는 문구처럼 호남 야구팬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게 됐다.
한편 총 공사비 1천억원을 들여 지하 3층, 지상 3층 전체 면적 5만5천200㎡에 2만2천석 규모로 지어지는 새 야구장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아 올해 말 완공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