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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영표 "축구팬께 미안하다는 말하고 싶었다"

"선수로서는 80점, 즐긴 것은 100점…일본과의 무승부가 아쉬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11-14 12: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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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생활을 마친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이영표(36)는 "한국 축구의 문제점인 수비 불안의 중심에 제가 있었다"면서"축구팬께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영표는 1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준비해 온 소감을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말 현역 은퇴를 공식 선언한 이영표는 마지막 소속팀인 미국프로축구(MLS)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은퇴 경기를 치렀고, 15일 한국과 스위스의 국가대표 평가전이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은퇴식을 한다.

그는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 좌절과 성공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때 마지막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감사함과 미안함이 교차한다"며 감회에 젖었다.

이어 "축구의 즐거움을 더는 느낄 수 없다는 게 무겁게 느껴진다"면서도 "스스로에게 정직했기에 아쉬움이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1999년 6월 코리아컵 멕시코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이영표는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까지 대표팀 부동의 왼쪽 풀백으로 활약했다.

2011년 1월 28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카타르 아시안컵 3-4위전을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며 A매치 통산 127경기(5골) 출전 기록을 남겼다.

이날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이영표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태극마크 달고 뛴 경기가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떠올리더니 "축구팬 여러분께 미안하다는 말을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2000년대 한국 축구 가장 큰 문제점은 수비 불안이었고 제가 그 중심에 있었다"면서 "눈에 잘 보이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저 때문에 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정당당하게 받아들여야 할 패배 앞에서 비겁한 변명과 핑계를 댄 적도 많았다"면서 떠나는 순간까지 겸손했다.

프로 선수로서는 2000년 안양 LG 소속으로 K리그에 데뷔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에는 에인트호번(네덜란드)을 시작으로 토트넘(잉글랜드), 도르트문트(독일),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 밴쿠버 등 외국 무대에서 뛰었다.

27년의 선수 생활을 마치면서 그는 "치열하게 달리느라 여유가 없었는데 27년간의 긴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경기장 밖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수고하는지 깨달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다음은 이영표와의 일문일답.

-- 아직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 아쉬움이 없나.

▲ 사실 5∼6년 전부터 은퇴를 준비했다. 처음 생각했을 때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마음 편하게 웃으면서 은퇴할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 가족들은 많이 아쉬워하지만, 아내는 저와 같은 생각이다. 서로 수고했다고 말해줬다.

-- 최고의 경기, 기억에 남는 경기는?

▲ 한 경기를 꼽기 어렵다. 다른 경기에 미안할 것 같다. 대표팀 경기는 축구가단순히 즐거운 것이 아니라 얼마나 의미 있고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가 가르쳐줬다. 다 소중한 경기다.

--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나.

▲ 2010년 일본에 2-0으로 이겼는데 5-0으로 이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개인적으로 일본과의 전적이 3승4무 정도인데 7승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 축구선수로서 성장의 계기를 꼽는다면.

▲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성장했다고 느꼈다. 에인트호번에서 유럽 축구의 기술, 전술을 알고 실제로 경기하게 된 것도 계기였다.

-- 은퇴하면서도 울지 않는데 운 적이 있는가.

▲ 준비하면서 혼자 많이 울었다. 아쉬운 것은 아니고 감사해서 흘리는 눈물이다. 선수 생활에서 많은 분께 도움을 받았는데 저는 그만큼 드린 것 같지 않아서 아내 몰래 감사한 마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오늘은 울지 않기로 했다.

-- 선수 생활의 점수를 준다면.

▲ 훌륭한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선수로서는 80점이지만 축구와 함께 즐거워했던 것에는 100점을 주고 싶다.

-- 은퇴하니 좋은 점도 있나.

▲ 매일 같이 찾아오는 육신의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기 싫어도 이제 만성이 돼서 감내해야하는 고통이 늘 있다. 이전에는 선택권 없이 인내해왔는데 지금은 피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 캐나다에서 국가대표팀 경기와 홍명보 감독을 보면서 어떤 생각 들었나.

▲ 좋은 모습 많이 보여서 기분 좋았다. 홍명보 감독은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선배다. 한국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수비에 대한 철학이 뚜렷해 올바른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내년 월드컵에서도 기대하고 있다.

-- 은퇴를 오래 고민했는데 이번에 결심하게 된 이유는.

▲ 주변 동료나 감독, 클럽에서는 왜 은퇴하려고 하느냐고 했지만 저는 이미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주변에서 느낄 때는 늦는다. 제가 느끼면서 주변에서는 모를 때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 월드컵에서 스위스와 상대한 적이 있는데 내일 후배들이 어떤 경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나.

▲ 스위스의 경기 스타일이 한국과 흡사하다. 움직임이나 정신적인 부분이 비슷하다.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비슷한 팀과 어떻게 상대하고 비교되는지 볼 좋은 기회다. 경기가 끝나고서 더 많은 것을 가져다줄 중요한 평가전이다.

--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좋은 축구선수보다 중요한 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선수가 되는건 훨씬 쉽다.

--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후배가 있는지.

▲ 긴 시간 동안 왼쪽 윙백에 대해 얘기 나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부족하다는보도가 많았는데 오히려 다른 포지션보다 유독 좋은 선수가 많아서 한 선수를 선택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경쟁이 치열해 한 명을 선택하지 못한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 미래 계획은.

▲ 미래의 일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도 커 얘기하는게 큰 의미가 없다. 축구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일이라면 하고 싶다.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2∼3년은 모르는 부분을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 해설위원 등 다른 제의가 온다면 응할 생각이 있나?

▲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래에 대해 결정하지 않았다. 무엇이 올바른지 시간을 갖고 고민하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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