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두라스전, 경기 지배하고도
- 후반전 한 번의 실수로 '쓴잔'
- 역대 최약체 팀 예상 뒤집고
- 놀라운 성장세로 강팀들 압도
- 류승우·황희찬 발굴도 소득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전사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그리고는 뜨거운 눈물을 펑펑 쏟았다. 손흥민(토트넘)은 주심에게 달려가 추가시간을 3분만 준 데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골키퍼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 등도 가세했다. 한동안 항의가 이어졌지만 이미 경기는 끝난 뒤였고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두고두고 아쉬운 패배였다. 한국은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했지만 한순간의 역습에서 선수를 놓치며 패배의 쓴 잔을 받아 들었다. 신태용호는 그렇게 메달의 꿈을 접었다. 승부에서는 졌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기록한 한국축구는 미래의 희망을 밝혔다.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8강전에서 온두라스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후반 14분 온두라스의 알버트 엘리스에 결승 골을 허용했다.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선제골을 내준 뒤 '침대축구'로 지연작전을 펼친 온두라스를 극복하지 못했다. 런던 대회에 이어 올림픽 2회 연속 4강 진출을 노린 한국은 이날 패배로 8강에서 탈락했다.
대회 시작 전 대부분의 해외 매체들은 멕시코와 독일에 밀려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한국은 피지에 8-0이라는 기록적인 대승을 거둔 데 이어 독일을 함락 직전까지 몰아붙여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2012 런던 올림픽 우승팀인 '디펜딩 챔피언' 멕시코에는 1-0으로 승리했다. 마지막 온두라스전도 공격 점유율 64-36으로 앞서는 등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역대 올림픽 대표팀 중 최약체라는 평가와 함께 '골짜기 세대'라는 별명까지 붙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성과다. 신 감독도 "지금 한국팀이 최약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올라가면 역대 최고 자리에도 오를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프로축구 K리그 출전 시간이 적어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였지만 이제는 상당수의 선수가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센터백 최규백(전북)과 정승현(울산), 풀백 이슬찬(전남)을 비롯해 박용우(FC서울), 이찬동(광주), 이창민(전남), 문창진(포항) 등이 모두 K리그에서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다. 골키퍼 김동준(성남)은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의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해외파들도 제 몫을 해줬다. 류승우(레버쿠젠)는 피지전에서 한국 최초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특히 특히 막내 황희찬(잘츠부르크)의 발굴은 이번 대회 최대의 성과로 꼽힌다. 황희찬은 이번 대회에서 모두 선발 출전해 신태용호의 명실상부 주전 원톱으로 활약했다. 저돌적인 돌파와 영리한 플레이로 상대 수비수를 괴롭혔다. 조별예선 독일전에서는 선제골을 터트렸고 온두라스전에서도 많은 활동량으로 끊임없이 찬스를 만들어냈다. 스무 살의 어린 나이지만 당당히 성인 대표팀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황희찬은 경기 후 "오늘 많은 찬스를 만들었는데 마지막에 세밀하지 못했던 것이 죄송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라커룸에서 형들과 앞으로 미래가 있으니까 기죽지 말고 갈 길을 가자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올림픽 대표팀은 2회 연속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빠르게 진화하면서 한국 축구사상 최초로 2회 연속 올림픽 8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안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