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세대로라면 한국시리즈도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광란의 8월’에는 탄탄한 선발진과 폭발적인 타선의 힘이 컸지만 경기 후반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한 불펜진의 활약도 한몫했다. 왼손 타자를 상대로 원포인트 릴리프(특정 유형의 한 타자만 상대하기 위해 투입되는 구원투수)로 나서는 베테랑 이명우는 이번 시즌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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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우.
롯데자이언츠 제공 |
이명우는 전반기와 비교하면 후반기 들어 ‘환골탈태’했다. 2002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데뷔해 시즌 초반에도 기대를 모은 그는 전반기 10경기 평균자책점 11.12로 부진해 두 차례나 2군으로 내려갔다. “잘 던지고 싶은 마음만 컸죠. 2군에서 크리스 옥스프링 코치, 진필중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팔을 조금 내려서 던져보라는 조언을 들었는데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이명우는 후반기 팀의 필승조로 거듭나 지난 3일까지 20경기 2승 4홀드 평균자책점 0.77을 기록 중이다. “초구부터 맞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니까 유리한 카운트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철벽 불펜’으로 거듭난 그에게 대기록도 뒤따랐다. 지난달 18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KBO 통산 34번째이자 롯데 소속 선수로는 6번째로 개인 통산 5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다. “스스로 ‘야구 오래 했네, 경기 많이 나왔네’라고 곱씹는 기회가 됐죠. 원정경기였는데 아내도 집에 오면 맛있는 밥 해주겠다고 축하해줘 뿌듯했습니다.”
이명우는 롯데 1군에서 김유영과 함께 왼손 불펜으로 나선다. “아무래도 둘밖에 없는 왼손 불펜투수다 보니 다른 선수보다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격려하거나 서로 안 좋았던 점도 그대로 전하죠.” 최근 발표된 2017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예비 엔트리에 김유영이 이름을 올린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기뻐했던 것도 이명우다. “우리는 벌써 ‘국가대표’라고 부르고 있어요. 워낙 공도 빠르고 배짱도 두둑하니 최종 명단에도 들어서 잘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오랜 기간 롯데에서 뛴 이명우도 후반기 팀의 기세가 놀랍다. “지고 있어도 ‘우리가 막으면 다시 뒤집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롯데의 몇 남지 않은 마지막 ‘가을야구’ 경험자 이명우는 당시에도 빛났다. 2011년 플레이오프와 2012년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에서 2년 연속 불펜의 핵으로 활약하며 7경기에서 자책점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아프지 않고 던지면서 다시 한번 가을야구 무대를 밟고 싶습니다. 팀이 잘하고 있는 만큼 많이 응원해주시면 꼭 팬들께도 보답하겠습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