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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플러스] 나는 5살 경주마, 벌어들인 상금만 30억이 넘어요

  •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  |   입력 : 2018-01-07 19:32:46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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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토종마인 파워 블레이드
- 달렸다 하면 3위 이내에 들죠
- 한국경마 첫 통합 3관마 등극
- 절 데려온 김영관 조교사님과
- 찰떡 호흡 음티키 형 덕분이죠
- 새해에도 열심히 달려볼게요

날카로운 신호음과 동시에 힘찬 발굽 소리가 천지를 뒤흔듭니다. 동시에 출발한 선수들이 모래를 흩날리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합니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마다 기쁨과 탄식이 교차합니다. 제가 누구인지 궁금하신가요. 올해 5살 경주마 파워블레이드입니다.
한국 최초의 통합 3관마이자 2017년 연도대표마로 선정된 파워블레이드가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마방 식구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주현 관리사, 파워블레이드, 음티키 트랙 라이더, 김영관 조교사.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자랑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지난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장의 ‘대표마’이자 최우수 국산마로 선정됐어요. 2016년에는 한국 경마 사상 최초로 ▷KRA컵 마일(GⅢ·4월·1600m·상금 5억 원) ▷코리안 더비(GⅢ·5월·1800m·상금 8억 원) ▷농식품부장관배(GⅡ·7월·2000m·6억 원) 대회를 우승한 통합 3관마입니다. 지난해 3월에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월드컵 카니발에 출전해 한국 경주마로는 최초로 ‘Part 1’ 3위를 했답니다. 2015년부터 출전한 18번의 경주에서 한 번 빼고 모두 3위 내에 입상했어요. 대단하지 않나요?

제가 벌어들인 상금은 30억3269만 원입니다. 역대 순위 2위입니다. 1위이자 같은 마방(마굿간)을 쓰는 ‘트리플 나인’과는 4000만 원 밖에 차이가 안 나요. 올해는 역전할 겁니다. 처음 제가 팔렸을 때 가격이 1억 6000만 원이었으니까 몸값을 몇 배로 한 셈입니다.

다들 저를 “타고난 경주마”라고 칭찬하세요. 몇 년 전만 해도 단·중거리(1800m 이하)에 강했는데 요즘은 장거리도 거뜬합니다. 19조 마방을 총괄하시는 김욱(47) 팀장님은 “훈련할 때에는 게으른 데 경주만 나가면 눈빛이 변한다. 실전에 강하다”고 하세요.

사실 어릴 때부터 훈련도 열심히 했어요. 경기장 스타트 시설과 똑같은 훈련 시설과 근육을 풀어주는 마사지 기계 덕도 봤답니다.

제 아버지는 ‘메니피’에요. 지난해까지 최고 종마상인 ‘리딩사이어’를 5년 연속 수상하신 걸 보면 제가 뛰어난 DNA를 물려받았나 봐요. 요즘 먹는 특별식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보통 먹는 건초나 사료에 뼈에 좋은 오메가3를 섞어주세요. 어쩐지 달릴 때 다리에 힘이 더 난다 싶었어요. 외국산 오메가3는 드럼통 하나에 300만 원이 넘을 정도로 비싸답니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집(마방)에서 주로 쉬어요. 최연소 1000승 달성 기록을 가지신 김영관(58) 조교사님이 관리해주세요. 김 조교사님은 2014년에 절 처음 보고 한눈에 반하셨대요. 매년 제주도에서 망아지가 150마리 나오는데 그중 제 털에서 빛이 나더래요.

어릴 때부터 저와 함께 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음티키(28) 형도 저랑 ‘쿵짝’이 잘 맞아요. 형은 제 훈련을 도와주는 트랙 라이더예요. 훈련할 때 저와 호흡을 맞춰 코스를 미리 달려본답니다.

올해도 열심히 달릴 겁니다. 사실 제가 장거리 경주에 약한 걸 보고 주인님(마주)께서 은퇴시킬 생각도 하셨다는데 지난해 잘 해서 올해도 뛸 수 있게 됐어요. 조교사님은 제가 국제대회에서 한국 경주마의 명예를 높이길 원하신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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