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야유 ·욕설 이제 그만…칭찬이 거인을 춤추게 한다

롯데 UP, 우승 프로젝트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21-01-03 22:29:21
  •  |   본지 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팬들, 경기 망치면 ‘너그가 프로가’ 폭언
- 주눅든 선수들 폼 무너져 경기력 약화
- 김원중 한동희 ‘무관중 효과’ 선전 분석

- “선수들 분발하고 팬은 따뜻한 응원”
- ‘거인 레전드’ 염종석·박정태 조언
- 얇아진 지역 초중고생 풀 확충 숙제

야구는 순간 집중력과 1 대 1 수 싸움으로 풀어가야 하는 경기다. 작은 소음에도 흐트러질 수 있어 비슷한 성격의 스포츠인 골프나 테니스, 바둑은 경기 도중에 관중이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한다. 관중이 내는 소음을 제지하지 않는 야구는 팬들이 선수를 응원하고 적절한 동기부여를 해 경기를 이기게 만들 수도 있는 스포츠다.
   
지난해 10월 롯데 자이언츠 포수 김준태(왼쪽)와 내야수 오윤석이 경기 중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두 선수는 지난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국제신문DB
■못한다는 소리 못 듣는 지역 유망주

7회 말 3 대 5로 뒤지는 상황에서 원아웃 주자는 1, 2루. 안타 한 개면 동점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승부처다. 타자는 낮게 깔리는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휘두르고 공은 2, 3루 사이로 떼굴떼굴 굴러 상대 팀 2루수와 1루수 글러브에 차례로 빨려 들어간다. 병살타. 응원석에서는 탄식과 함께 “너그가 프로가?”라는 말로 시작하는 온갖 욕설이 나온다. 타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온다. 롯데 자이언츠의 홈경기를 떠올리면 쉽게 연상되는 장면이다.

이 순간 ‘거인’은 마치 “비뚤어질 테다”고 선언한 10대 청소년으로 쪼그라든 듯하다. 왜 이런 모습이 나타나는 것일까. 스포츠 심리학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는 선수들이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려는 행동이다. 어린 시절부터 초특급 유망주로 대우받아 온 선수들은 자신의 노력이 부족해서 패한 것보다, 재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더 부끄럽게 생각한다. 병살타를 치거나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 분통을 터뜨리기보다는 ‘이날 경기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표현을 하면서 자신을 기만한다. 이들은 팬들의 야유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일부는 지난해 한동희 이승헌 김원중이 자리를 잡아가는 이유를 ‘무관중 효과’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이들이 관중이 없거나 매우 적은 2군 경기장과 별로 다르지않은 환경 속에서 경기를 치렀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 롯데 등 선수들의 심리상담을 해온 송봉길 멘털트레이너는 “경기는 팬들과 선수가 함께 하는 것”이라며 “‘내가 오늘 어떤 플레이를 하겠다’는 목표의식이 확실한 선수는 팬들의 야유에 별다른 영향을 안 받지만 이는 정말 소수다. 선수 상당수가 백색소음을 뚫고 나오는 욕설이 뇌리에 박혀 그라운드로 나가면 계속 그 단어가 떠올라 폼이 무너진다고 한다”고 말했다.

■폭언은 선수생명 꺾을 수도

오랫동안 부산 출신 프랜차이즈 스타가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이유는 바뀐 성장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부산이 ‘야구도시’라고는 하지만 수십 년간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최동원 주형광 박정태 염종석이 나왔던 시절만큼 초중고교 선수층이 두텁지 못하다. 이 때문에 지역 초특급 유망주는 성장 과정에서 별다른 경쟁자를 만나지 못해 ‘내가 가진 재능이 최고’라는 인식이 강하다. 개인적으로 노력은 했지만 상대 선수와 치열하게 경쟁할 계기는 적다는 점도 문제다. 반면 전국 초중고교 선수 60%가 몰린 수도권 출신 프로 선수들은 오랫동안 비슷한 실력의 경쟁자들과 경기를 치렀고, ‘내가 가진 재능이 최고’라는 인식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롯데에서 선수와 코치 생활을 해온 이른바 ‘레전드’들은 선수들이 분발해줄 것을 촉구하면서도 팬들이 더 이해하고 품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수층 확충 역시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롯데에서 투수코치를 맡았던 동의과학대 야구부 염종석 감독은 “지역 최고의 고교 선수들은 실력만 보면 그해 전국 최고라 봐도 될 정도다. 문제는 이 선수들이 프로에 와서 선배들과 비교하면 워낙 실력 차가 커 순식간에 주눅이 들곤 한다”면서도 “부산에서 성장한 지역적인 한계다. 선수들 스스로가 노력해야 하지만 팬들도 따뜻하게 응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에서 2군 감독과 1군 타격코치 등을 지냈고, 현재 유소년 선수를 육성하고 있는 아이엠제이티 박정태 대표는 “프로 경기에서 마운드나 타석에 나갔을 때는 선수 스스로가 경기를 풀어나가야 한다. 승부에서 이기려면 선수가 스스로 방법을 터득하고 순간의 변수에 반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경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6. 6‘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7. 7“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8. 8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9. 9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0. 10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5. 5[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6. 6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7. 7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8. 8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9. 9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3. 3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6. 6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7. 7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8. 8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9. 9"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10. 10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6. 6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7. 7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8. 8“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9. 9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0. 10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부산 야구장 미래는
사직 역사성 있지만 대체구장 부담…북항 돔은 재원 관건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