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당 85.2득점 최고공격력
- 평균 85.3실점 리그 꼴찌 수모
- 전문가 “불안한 수비 눈에 보여”

“제 소망은 공격이 안 되는 날은 수비로라도 이기는 겁니다.” 남자프로농구(KBL) 부산 kt 소닉붐 서동철 감독은 지난 16일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와 접전 끝에 패한 후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kt는 리그에서 가장 수비가 약한 팀이다. 수비를 보완하지 못하면 ‘봄 농구’를 하더라도 들러리로 전락한다.

■“수비로 경기 이기는 게 소망”

지난 16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kt 서동철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KBL 제공

kt는 이날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6라운드 오리온과의 홈 경기에서 83 대 89로 졌다. 지난 14일 창원 LG 세이커스와의 원정 경기에 이은 2연패로 24승 23패를 기록했다. 지난 5라운드에서 6위에서 4위까지 올라섰지만, 이 경기로 다시 6위로 추락했다. 7위 서울 삼성 썬더스와는 3.5경기 차로 준플레이오프를 향한 삼성의 추격을 뿌리쳐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플레이오프 직행 카드를 얻을 수 있는 2위 진입은 4.5경기 차로 더 멀어졌다. 리그 종료까지 단 7경기만을 남겨놓은 kt 입장에선 이날 패배는 뼈아팠다. 경기를 잡았다면 공동 4위에서 단독 4위로 올라서면서 3위 오리온과는 단 한 경기 차로 좁힐 수 있었다.

kt는 이날도 준수한 공격력을 뽐냈다. 3점 슛 39%, 2점 슛 61%인 슛 성공률을 기록하며 높은 공격효율을 보였다.

문제는 수비였다. 오리온 선수들은 kt 수비진을 휘저으면서 1948일(5년4개월1일) 만에 3명이 한 경기에서 20점 이상 기록했다. 특히 팬들은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상대에게 노마크 찬스를 내준 채 3점 슛 라인을 떠난 공이 그물을 가르는 모습을 허망하게 지켜보는 선수들을 안타깝게 바라봐야 했다. kt는 80 대 82로 뒤진 종료 38초 전 공격 제한시간을 1초도 안 남겨둔 시점에 상대팀 디드릭 로슨을 허술하게 막아 3점슛을 허용했고 이게 빌미가 돼 경기를 내줬다. 앞선 LG 전에서도 경기 종료 5초를 남기고 상대 팀 서민수를 놓쳐 역전 3점포를 허용했다.

■공격 좋아도 수비에서 ‘와르르’

kt는 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갖췄지만, 가장 허술한 수비를 보여주는 팀이다. 17일 KBL이 집계한 기록을 보면 2020-2021시즌 47경기를 치르는 동안 평균 85.2득점을 했다. 이 분야 평균인 80.6득점보다 5점, 2위인 전주 KCC 이지스가 기록한 82.3득점보다 3점가량 많은 독보적 1위다.

문제는 수비다. 47경기 평균 85.3실점을 기록해 이 분야 역시 독보적 1위다. 다음으로 많은 실점을 한 리그 꼴찌 LG보다 1.7점이 많고, 가장 짠물 수비를 보여주는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의 76.6실점과 비교하면 약 9점이나 많다. 서 감독은 “수비 문제를 얘기하면 우리 선수들의 단점을 말하는 거라 조심스럽긴 하다. 수비는 팀 디펜스, 개인 디펜스가 있는데 어떤 선수는 팀 디펜스가 약하고 어떤 선수는 개인 디펜스가 약하다”며 “공격에서는 누구 하나가 틀려도 대처가 되는데 수비는 누구 하나가 틀리면 상대에 바로 찬스를 줄 수밖에 없다”이라고 말했다.

공격 농구가 봄 농구를 할 수 있게는 해주지만, 수비가 이처럼 허술하면 우승 트로피를 얻기 힘들다. 특히 플레이오프라는 단기전은 수비가 운명을 가른다는 점에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부산시농구협회 박종훈 부회장(전 KNN 해설위원)은 “공이 아닌 사람을 봐야 하는데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놓치는 장면이 종종 보이는가 하면, 협력 수비를 해야 할 때 수비 동작이 다소 불안하다”며 “포스트 시즌에 들어가면 상대 팀이 좀 더 철저하게 분석하고 공격하는데, 수비에 이처럼 허점이 보이면 승리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