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전 알 수 없는 고의사구 지시
- 김원중 평정심 잃고 볼넷 허용
- 시즌 벌써 세 번째 수건 던지기
- 스포츠 정신 위배 비판 못 피해

한국프로야구(KBO)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사진) 감독의 세 번째 수건 던지기였을까?

지난 2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정규리그 롯데와 kt 위즈의 경기, 9회말 2사 2루 상황. 롯데 마무리 김원중은 kt 백업포수 이홍구와 승부를 벌이고 있었다. 원볼에서 시속 144㎞ 직구를 이홍구가 때렸지만 구위에 눌려 파울 타구가 됐다. 그런데 이홍구가 심판의 지시에 따라 1루로 걸어 나갔다. 허 감독이 자동 고의4구 사인을 냈기 때문이다. 파울 타구를 보고 거르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원중은 혀를 쭉 내민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정심이 흔들리면서 다음 타자 송민석을 볼넷으로 보내 만루가 됐고, 김병희에게 1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행운의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분을 삭이지 못한 김원중은 스스로 몸을 가누지도 못할 정도로 세게 글러브를 패대기쳤다.

결과만 놓고 보면 허 감독이 내린 파격의 자동 고의4구 지시는 볼썽사나운 패배를 자초한 꼴이 됐다. 자동 고의4구는 폭투·포일·보크 등의 실수를 막고, 투구 수를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렇지만 이번처럼 원볼 원스트라이크 상황에 투수에게 사인도 주지 않고 나온 자동 고의4구는 매우 이례적이다. 동의과학대 염종석 야구부 감독은 “팀의 기둥이자 상징인 마무리 투수에게 중심타선도 아닌 하위타선과 승부가 진행되는 중에 자동 고의4구 지시를 내려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투수 ‘멘탈’이 흔들려 볼넷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연장전에 가도 투수가 없어 경기를 질 가능성이 커 일부러 경기를 내준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허 감독의 수건 던지기가 올 시즌 개막 20일도 안 돼 두 차례나 나왔기 때문이다. 포수 강태율은 지난 22일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1 대 12로 뒤진 9회 초 2사 1루 때 마운드에 올랐다. 9회말 공격 기회가 있었음에도 더는 경기에서 이길 의사가 없음을 보인 셈이다. 허 감독은 지난 17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는 7회초에 KBO 최초로 야수 3명을 투수로 기용했다.

수건 던지기가 전략적인 판단이 될 때도 있다. 그러나 타자를 막으려고 전력으로 공을 던지던 투수에게 ‘가장 유리한 상황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게 할 수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을 보러 온 팬도 더는 경기장을 안 찾게 된다. ‘허문회 야구’가 팬들이 원하는 야구와는 점점 멀어지는 듯하다.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