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대회 금메달 7개국에 분산
- 메달 소외국 희망 종목으로 부상
- NYT “태권도 성공적 문화상품”
대한민국 태권도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노 골드’로 2020 도쿄올림픽을 마쳐 큰 충격을 줬다. 종주국으로서는 참담한 성적표지만 태권도가 글로벌화에 성공하면서 세계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돼 올림픽 종목 채택 20년 만에 안착했다고 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나온다.
 |
| 지난 27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태권도 67㎏ 초과급 결승에서 한국 이다빈(왼쪽)이 세르비아 밀리차 만디치에 발차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회 마지막 날 전까지 메달 1개(동메달)에 그쳤던 한국은 그나마 막판에 은·동메달을 하나씩 추가했다. 지난 27일 밤 이다빈(25·서울시청)은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태권도 경기 마지막 날 여자 67㎏ 초과급 결승에서 밀리차 만디치(세르비아)에게 7 대 10으로 져 은메달을 따냈다. 이다빈은 1라운드에서 0 대 5로 끌려가다 점차 추격을 시작했고 3라운드 중반 연이은 공격으로 6 대 6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만디치에게 주먹 공격과 몸통 발차기를 잇달아 허용해 무릎을 꿇었다.
이다빈의 결승전에 바로 앞서 열린 남자 80㎏ 초과급 동메달결정전에서는 인교돈(29·한국가스공사)이 이반 콘라드 트라이코비치(슬로베니아)를 5 대 4로 누르고 동메달을 따냈다. 인교돈은 2014년 림프종 진단을 받았으나 이를 이겨내고 올림픽에서 값진 메달을 안아 진한 감동을 남겼다. 지난 24일 남자 58㎏급에서는 장준(21·한국체대)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한국은 태권도에서 총 3개(은1, 동2)의 메달을 수확하며 도쿄올림픽을 마무리했다.
한국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 대회 때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지난 21년간 금메달을 하나도 못 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종주국으로서 수모를 당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그간 한국이 독식했던 메달이 전 세계로 고루 분산된다는 것은 그만큼 태권도가 대중화에 성공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죽을 쒔지만, 금메달 8개를 가져간 나라는 모두 7곳(러시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이탈리아 태국 미국 우즈베키스탄)으로 특정 국가에 집중되지 않았다. 러시아(ROC)가 2개로 가장 많았고, 나머지는 모두 1개씩이다. 특히 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이번 대회에서 태권도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태국(파니파크 옹파타나키트)과 우즈베키스탄(울루그벡 라쉬토프) 금메달리스트를 길러낸 스승은 모두 한국인이어서 화제가 됐다. 금·은·동을 통틀어 메달 하나 이상을 수확한 나라도 21곳이다. 북마케도니아 튀니지 등 ‘올림픽 열세국’들이 시상대에 많이 오른 것이 눈길을 끈다. 올림픽에 정식으로 채택된 지 21년 만에 61개국(난민팀 제외)이 출전하는 종목으로 제대로 성장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값비싼 장비나 경기장 없이도 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이 이른 시일 내 착근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지난 25일 “태권도가 메달 소외국들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했다. 태권도가 K-팝 이전에 한국이 수출한 가장 성공적인 문화상품”이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경기 방식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근본적으로 전자호구 센서로 점수를 가리는 방식 탓인지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타격이 아닌 ‘터치 게임’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발 펜싱’ 조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채점제 부활 등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