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배들 상금 모교 기탁 등 지원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시상식이 끝난 지난 28일 밤. 구본길(32·국민체육진흥공단)과 김준호(27·화성시청)가 금메달을 들고 찍은 ‘셀카’를 동의대 펜싱팀 한우리(37) 감독에게 전송했다. 선수들에게 행여 부담을 줄까 봐 이번 대회 시작 전부터 침묵을 지켜왔던 한 감독은 그제야 선수들과 처음 전화통화했다. 한 감독은 구본길과 김준호의 체육학과 선배다. 김준호는 펜싱팀에서 직접 가르친 제자이기도 하다. 금메달 주역인 이들의 첫 마디는 “배고파서 라면을 먹고 있다”였다고. 동의대 펜싱 동문이 모인 ‘카톡방’에서는 밤새 축하 인사가 끊이지 않았다. 한 감독은 “나와 후배 모두 자기 일인 듯 기쁜 밤을 보냈다”며 아직도 들뜬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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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동의대 출신 김준호(왼쪽)와 구본길이 시상식이 끝난 지난 28일 밤 금메달을 들고 찍은 사진. 동의대 제공 |
한 감독은 지난 25일 구본길이 개인전 32강에서 탈락했을 때는 마음고생을 함께했다. 그는 “(구본길이) 긴장한 기색이 역력히 보였다.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 한 거 같아 너무 속상했다”고 회상하면서도 “오히려 그런 아픔이 단체전 금메달로 이어진 듯하다”고 말했다. 구본길은 2012년 런던 대회 남자 단체전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2연패를 달성하며,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5년 리우 대회 때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은 열리지 않았다. 김준호는 생애 첫 올림픽에서 금메달의 영예를 안았다.
부산 동의대 출신 선수들이 도쿄올림픽 펜싱 사브르 무대를 휩쓸었다.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구본길 김준호와 여자 사브르에 출전한 윤지수(28·서울시청) 최수연(31·안산시청)은 모두 동의대를 나왔다. 이 학교는 4명씩으로 구성된 남녀 국가대표팀 절반을 모교 선수로 채우며 ‘펜싱 강국의 요람’임을 입증했다.
‘동의대=사브르 국가대표’ 등식을 성립한 비결을 두고 한 감독은 “국제대회 기준에 맞춘 동의대만의 훈련 프로그램과 혹독한 훈련량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브르에서 빠르고 길게 찌르는 ‘긴 런지 동작’은 동의대 펜싱팀이 시초다. 이 동작은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할 만큼 효과적”이라며 “새벽 오전 오후 야간 등 하루에만 네 차례로 나눠 진행되는 훈련도 기본기와 실력을 탄탄히 쌓도록 돕는다”고 덧붙였다
동의대는 2001년 이효근 전 펜싱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이 펜싱팀을 창단하며 한국 사브르의 전성기를 열었다. 한 감독은 11년 전 이곳 펜싱팀에 합류했다. 2012년 런던 대회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구본길과 레저스포츠학과 오은석)을 획득하는 등 동의대 출신 펜싱 선수들이 국내외 대회를 석권하자 고교 펜싱 유망주 사이에서는 ‘태극마크를 달려면 동의대로 가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대학 펜싱팀은 한국체대와 동의대가 유일하다. 동의대는 에페 플뢰레 사브르 세 종목으로 나뉘는 펜싱에서 사브르만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한 종목에만 선택, 집중해 전문적으로 선수를 키운다는 의도다.
펜싱 동문의 든든한 지원도 선수 육성에 큰 힘이 된다. 국가대표 출신 선배들은 대회 우승 상금을, 동의대 ‘펜싱 동문회’는 자체 기부금을 모교에 기탁한다. 이렇게 모인 기금은 선수들의 해외 전지훈련비나 대회 참가비로 요긴하게 쓰인다. 동문은 이 밖에도 펜싱 장비와 음료수 등 크고 작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한 감독은 앞으로도 동의대가 ‘사브르 세계 최강’ 펜싱 명맥을 이을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그는 “4학년인 도경동(23·체육학과) 선수가 신체 조건과 실력 등이 좋아 2024 파리올림픽 무대에서 활약이 기대된다”고 깜짝 소개하기도 했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