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제전’이 무색했다. 2020 도쿄올림픽은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기미가요를 부르며 시작해 기미가요를 부르고 끝이 났다.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개회식에서는 가수 미샤(MISIA)가 기미가요를 불렀고, 지난 9일 폐회식 때도 기미가요 제창이 있었다.
기미가요는 일왕을 찬양하는 내용을 담은 제국주의 시절 일본 국가다.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지됐지만, 1999년 일본 국가로 부활했다. 국가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일본 제국주의 시절을 추억하는 이들이 당시 군복을 입고 부르는 진군가다. 그렇지만 진군가 부르던 군인의 총칼에 신음하던 식민지 국민에게는 장송곡과 진배없다. 제국주의의 총칼은 외부는 물론 수탈당하는 자국민에게도 향한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거부감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 문제는 이런 기미가요가 올림픽 개·폐회식에서 울려 퍼졌다는 점이다. 엄밀히 말하면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전면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 50조 위반이다.
개·폐회식은 선수들이 주인공인 올림픽에서 개최국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이 때문에 개최국은 자국의 문화와 정신, 그리고 기술을 알리는 데 공을 들인다. 일본은 개폐회식에서 기미가요를 통해 정체성을 나타냈으며, 나머지는 1980, 1990년대 자국의 대중문화를 추억하는 데 또 허비했다. 보여줄 게 이것뿐이었을까. 머릿속에는 ‘퇴행적’ ‘소모적’이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아 행사를 지켜보기가 지루하고 불쾌했다. 한국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드론을 통해 정보통신(IT) 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것과도 꽤 비교됐다. 결국 폐회식의 백미는 3년 후에 열리는 파리올림픽 홍보영상이 차지했다.
일본은 대회를 마칠 즈음 열린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선수들의 열정을 군국주의의 상징에 묻어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욱일기는 과거 일제가 군기로 사용해 전쟁범죄의 상징으로 통한다. 이 문양은 지난 5일 도쿄 아오미 어반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남자 콤바인 결선 볼더링 3번 문제에서 나왔다. 노란 원을 중심으로 다른 홀드(손잡이)가 배열돼 자연스럽게 욱일기 모양을 떠올리게 했다.
그렇지만 일본은 욱일기 사용에 대해 당당하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9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경기장에서 욱일기를 금지하겠다고 문서로 약속했다는 발표를 하자, 일본 체육 당국은 “일반적으로 사용금지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반박 발표를 했다. 결국 2020 도쿄올림픽은 올림픽 정신을 훼손한, 일본 군국주의를 추억하는 살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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