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희만 지역 민간기업 후원
- 상의회장, 시체육회장 맡지만
- 기업은 유망주 발굴·육성 외면
- 공공기관도 지원 규모 키워야
- 적극적 선수 뒷받침 日과 대조
많은 부산 출신 스포츠 스타가 2020 도쿄올림픽을 빛냈지만 이들 중 정작 지역에서 활동하는 선수는 극히 드물다. 스포츠 전문가는 선수 육성에 공공기관이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민선 체육회장 시대에 맞게 지역 민간기업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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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도쿄올림픽을 빛낸 부산의 스포츠 스타 가라테 박희준(왼쪽 사진)과 근대5종 김세희. 박희준은 후원 기업이 없어 사비로 올림픽을 준비했고, 김세희는 부산 선수로는 구기종목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지역 민간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10일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부산 선수 27명 중 구기종목(16명)을 제외한 11명을 분석한 결과 지역 민간기업 소속으로 뛴 선수는 여자 근대5종에 출전한 김세희(BNK저축은행) 한 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지자체나 공단 소속 선수였다. 사격 김장미, 역도 손영희 등 막판까지 태극마크 경쟁을 벌였던 선수 40여 명을 포함해도 결과는 같았다. 지역 금융기업인 부산은행 혹은 이 은행 계열사만 스포츠마케팅을 하는 셈이다.
펜싱 에페 단체전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송세라와 마세건 선수는 부산시청, 사이클 종목에 출전한 이혜진 선수는 부산지방공단인 스포원 소속이다. 해양스포츠 쪽 선수도 마찬가지다. 요트 레이저급에 출전해 올림픽 최고 기록(7위)을 작성한 하지민과 요트 윈드서핑 RS:X급 조원우는 해운대구청, 요트 470급 조성민·박건우는 부산시청에 적을 두고 있다. 지역 민간기업이 전문체육 선수를 적극적으로 후원, 이들을 통해 해당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데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도 이를 등한시해온 셈이다. 지역기업 동일철강 대표이사인 부산상공회의소 장인화 회장이 부산시체육회 회장을 겸하며 이번 올림픽 선수단장까지 맡은 상황에서 다소 멋쩍은 결과다.
공공기관 실업팀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다이빙 남자 스프링보드 3m에서 역대 한국 다이빙 최고 성적을 기록한 우하람 선수는 부산체고를 졸업한 후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 갔다. 펜싱 사브르 동메달리스트인 윤지수는 부산에서 태어나 동의대를 졸업했지만 서울시청 소속으로 대회에 나섰다. 부산시청은 펜싱 에페 종목만 운영해 사브르 선수는 부산에는 남을 수 없는 구조다. 동의대 펜싱팀 한우리 감독은 “이번 올림픽에서 사브르 출전 선수 8명 전원이 메달을 획득했는데 이 중 4명이 동의대 출신이다. 이렇듯 우리 학교는 ‘한국 펜싱 사브르의 요람’이라 불릴 정도로 우수 인재를 육성하지만 지역에 실업팀이 없어 졸업생이 타지로 떠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공공기관이든 민간기업이든 팀 창단을 위한 후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가타에서 메달(동메달)을 땄고, 이번 올림픽에서는 동메달결정전까지 치르고 5위에 오른 박희준은 무소속, 사비로 대회를 준비했다. 다음 올림픽부터는 가라테가 정식종목에서 빠지고 후원이나 지원을 바랄 상황도 아닌 탓에 그는 이번 대회를 마치고 체육 지도자로 진로를 바꾸겠다며 선수로 한창인 27세임에도 은퇴 예고를 하기도 했다.
한 지역 원로 스포츠 지도자는 “체육 특목고인 부산체고를 졸업한 유망주들은 상대적으로 후원을 받을 기업이 많고 그 규모도 큰 수도권 쪽으로 눈을 돌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기업이 재정이 탄탄하지 못해 팀을 만들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 다만 특정 선수 한두 명을 선수 시절 꾸준히 지원하면서 기업 스포츠마케팅에 활용하고, 선수 은퇴 후에는 직원으로 채용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해주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일본이 2012년 런던 대회에서 금메달 7개 획득에 그쳤지만 자국에서 열린 이번 올림픽에서 27개나 딸 수 있었던 이유는 홈 이점에 더해 기업이 이와 같은 방법으로 선수를 꾸준히 지원한 덕이었다.
공공기관이 전문체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또 다른 전문가는 “지자체와 민간기업이 함께 후원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각 지자체가 팀을 하나씩 만들고 예산을 늘리는 한편 기업이 이 팀을 후원하는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