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에도 같은 문제로 못 열려
- 구장 재건축 등 근본 대책 시급
부산 사직구장이 우천이 아닌 배수 문제로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부분 개보수 등 배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 대책이 시급한 가운데 근본적 대안인 야구장 재건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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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와 키움의 경기가 펼쳐진 지난 19일 부산 사직구장에 폭우가 쏟아지자 롯데 구단 관계자들이 방수포로 그라운드를 덮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9일 한국프로야구(KBO) 롯데 자이언츠가 사직구장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치르기로 했던 홈 경기가 취소됐다. 당시 키움이 1회초 2사 1루에서 박동원의 좌월 투런 홈런으로 2 대 0으로 앞섰지만, 1회말 롯데도 안치홍 정훈 전준우의 3연속 안타로 1사 만루 기회를 잡았고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팬들이 역전 적시타를 노리며 가슴을 졸이는 순간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려 경기가 중단됐다. 구장이 있는 동래구 사직동 일대에만 강하게 쏟아진 국지성 호우로 비는 약 1시간이 채 안 돼 그쳤다.
팬들은 승부처에서 ‘한방’을 기다리며 경기가 다시 시작하기를 기다렸지만,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라운드 곳곳에 물웅덩이가 보일 정도로 흠뻑 젖었고 심판진은 그라운드를 정비하려면 2시간이 넘게 걸릴 것으로 판단해 취소 결정을 내렸다. 자정을 넘어서까지 승부가 이어질 수 있었고 선수들도 완벽하지 않은 그라운드에서 뛰다 부상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경기는 다음 달 12일 더블헤더로 재편성됐다.
명목은 ‘우천 취소’였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배수 취소’였다. 지난달 1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치러진 롯데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는 기습 폭우로 112분이나 중단됐지만, 그라운드 정비 후 경기를 진행해 사직과 극명히 대비됐다.
사직구장 ‘배수 취소’는 지난 5월 28일 롯데와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오후 5시께 폭우가 내리기 시작해 경기가 열리기로 한 오후 6시30분을 한 시간가량 앞두고 비가 그쳤다. 경기는 당연히 열릴 것으로 보였지만, 경기 감독관은 당일 그라운드를 정비해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날은 부산시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완화됨에 따라 사직구장의 관중 제한이 최대 수용인원의 10%에서 30%로 늘어난 올 시즌 첫 경기였다. 북적북적해진 경기장에서 응원할 것이라 기대했던 팬들은 경기가 취소돼 아쉬움을 삼키고 돌아가야 했다. 국내 야구장 중 이 정도 비에 경기를 취소하는 곳은 사직밖에 없다. 이번 주 내내 비가 예보됨에 따라 배수가 안 돼 경기가 취소되는 사태가 또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 팬들은 “잠깐 쏟아진 폭우에도 경기를 중단하는 곳을 프로 스포츠 구장이라 말할 수 있느냐”며 부산시와 구단이 빠른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1985년 완공된 사직구장은 1982년 지어진 서울 잠실구장보다는 젊지만 시설은 최악이다. 선수들이 경기를 뛰는 그라운드조차 비만 오면 물이 안 빠져 애를 먹는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23일 롯데 구단 이석환 대표는 구장에서 부산시 이병진 행정부시장을 만나 이 같은 고충을 토로했다.
인조잔디 구장으로 만들어진 사직구장에 천연잔디를 깔면서 배수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조잔디는 물을 머금지 않기 때문에 그에 맞춰 배수 시설을 마련했는데, 2005년 말 선수 부상을 우려해 천연잔디로 바꾸면서 배수에 문제가 생겼다고 본다. 이에 대해 롯데 구단 관계자는 “내야 쪽만 인조잔디로 바꿀지 논의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배수는 워낙 복합적인 문제고, 잔디를 교체하면 부상 문제 등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많다고 판단해 보류했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