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호동태권도장은 태권도 수련자들에겐 특별한 장소다. 다른 도장에서는 볼 수 없는 장비를 사용해 수련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장비가 아이들의 발차기 높이에 맞춰 다양한 색깔을 입힌 ‘무지개 타격기’다. 발차기에 성공하면 가운데 기둥이 돌면서 막대기가 돌아간다. 호동태권도장의 수련법과 장비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유튜브에서 무지개 타격기를 활용한 수련 영상의 조회수가 무려 5000만에 육박할 정도다. 호동태권도장 최재도 관장(한국 태권도 도구수련원 원장)은 “도미노를 활용한 수련을 해봤는데, 아이들의 스트레칭에도 도움이 되고 흥미유발에도 효과적이었다”며 “1999년 태권도장을 시작하면서부터 이것저것 만들어 수련 도구로 활용 중”이라고 했다.
최 관장은 이러한 장비를 ‘타툴’(타깃트레이닝툴)이라고 부른다. 목표를 갖고 훈련할 수 있는 도구라는 뜻을 담았다. 전국에서 140명 정도가 모여 ‘타툴’의 활용법을 공유하는 모임도 만들었다. 해외에서도 관심이 쏠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해 교육 중이다.
새로운 도구를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다. 태권도의 몸통막기를 수련하기 위한 ‘타툴’ 워터팩을 만드는 데 3달 정도가 걸렸다. 원래 모래주머니나 아령 등을 손에 쥐고 빠르게 몸통막기 자세를 취하는데, 무게가 고정된 탓에 수련생들이 정확한 지점에서 팔의 움직임을 멈추기 힘들어했다. 몸통막기의 임팩트를 느끼게 하기 위해 특수한 비닐에 물을 넣었다. 비닐 속 물이 팔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거렸기 때문에 기존 방식보다 수월하게 수련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물의 양이었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아야했고, 단단하되 유연해야했다. 비닐팩이 터지지 않을 정도의 강도 역시 필수적이었다. 최 관장은 “밤이 새도록 (워터팩을) 만들고, 연습하고를 거듭하다가 적당한 양을 찾아낼 수 있었다”며 “우연히 젤리 형태의 음료를 비비다가 구상했다. 단순히 말로 원리를 가르치는 것 보다 훨씬 쉽게 수련생들이 이해한다”고 말했다.
‘타툴’의 최종 진화형태는 체험관이다. 최 관장은 “아직 머릿속에 ‘타툴’ 제작 아이디어가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태권도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타툴’을 직접 이용하면 태권도의 기본 원리를 깨닫게 도와주는 공간을 만드는 게 최 관장의 목표다. 주먹을 내지를 때는 어떤 근육을 사용하는지, 발차기를 할 때 신체 어떤 부위를 사용하는지 이용자가 몸소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 관장은 “태권도는 몸으로 익혀야 하는데 사실 지금까지 미트, 헤드기어 등을 빼면 도구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며 “아직 개발할 도구가 무궁무진하다. 언젠가는 사람들이 같이 사진도 찍어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멋진 도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채호 기자 chaeh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