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선수 육성기조 고려했지만
- 정훈까지 떠나면 공수 공백 우려
- 대형 FA 끝나 타 구단 접촉 예상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스토브리그가 올해도 조용하다. 손아섭이 NC 다이노스로 떠난 가운데 내부 FA 정훈의 계약 여부에 따라 롯데의 내년 시즌 전력 구성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FA 계약 여부를 두고 관심이 높아지는 정훈. 롯데 제공

NC는 손아섭과 계약 기간 4년, 총액 64억 원(계약금 26억 원, 연봉 30억 원, 인센티브 8억 원)에 계약을 완료했다고 26일 밝혔다. 2007년 데뷔한 손아섭은 롯데에서만 15시즌을 뛰었다. FA 협상 과정에서 롯데와 만나 몇 차례 의견을 나누었지만 결국 팀을 떠나게 됐다.

현재 남은 FA는 정훈과 박병호 허도환 황재균 등 4명이다. 롯데가 외부 FA를 영입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팀의 새 외국인 용병 3인과의 계약도 마무리돼 사실상 정훈과의 계약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훈은 올 시즌 롯데의 공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타율 0.292, 79타점, 142안타, 14홈런으로 커리어 하이급 기록을 세웠다. 수비에서도 내야와 외야를 소화할 수 있으며 올 시즌에는 1루수로 100경기에 나서 실책은 1개에 그칠 만큼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였다.

정훈의 이번 FA 등급은 C등급이다. 올 시즌 연봉도 1억 원에 불과해 다른 구단에서도 관심이 많을 것으로 예측됐으나 여전히 미계약 신분이다. 하지만 각 구단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대어급 FA의 계약이 대부분 끝난 만큼 정훈을 향한 접촉도 본격화될 수 있다.

롯데로서는 손아섭이 떠난 상황에서 정훈마저 놓친다면 내년 시즌 공격력 저하는 불가피하다. 손아섭과 정훈은 각각 올 시즌 173안타, 142안타로 팀 내 안타 2, 3위를 기록했다.

둘 다 팀 내 베테랑으로서 신인급 선수가 많은 롯데의 공수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도 컸다. 어린 선수들이 의지하고 배울 수 있는 선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육성을 통한 리빌딩에 나서는 팀에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정훈이 떠날 경우 내야 수비도 복잡해진다. 그는 올 시즌 롯데의 주전 1루수였다. 만약 팀을 떠난다면 올 시즌 유격수로서 안정적 수비를 책임졌던 딕슨 마차도까지 떠난 내야진은 큰 위험을 안을 수 있다. 견고한 내야를 믿고 던지는 투수에게도 부담이 된다. 전준우를 1루수로 출전시킬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손아섭이 떠난 외야 자리에 다시 한 자리가 비게 돼 어떤 선택이든 모험일 수밖에 없다.

롯데는 성민규 단장 부임 후 합리적 계약을 중시해오고 있다. 구단 몸집을 줄이고 선수를 육성해 강팀을 유지할 수 있는 체질을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 정훈과의 계약 여부는 롯데가 생각하는 합리적 계약의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