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어츠를 상징하던 손아섭이 지난 24일 NC 다이노스로 이적했다. 이후 롯데 구단과 그를 향한 팬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구단에게는 왜 손아섭을 잡지 못했느냐는 비판이, 손아섭에게는 왜 롯데를 떠났느냐는 원망과 아쉬움 섞인 비판이 쏟아졌다. 분노의 대상은 다르지만 “손아섭이 롯데에 필요하다”는 메시지는 같았다.
팬들이 표하는 아쉬움의 크기는 그의 성적과 비례한다. 손아섭은 오직 롯데에서만 15시즌을 뛰며 통산 타율 0.324, 165홈런, 873타점, 2077안타, 1147득점의 성적을 냈다. 통산 타율은 현역 선수 중 3위이며, KBO 리그 최연소이자 최소 경기 2000안타와 최연소 1000득점 기록도 세웠다. 그가 롯데에 계속 남았다면 영구결번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아쉬움이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부산에서 태어나 초중고교 모두 부산에서 보냈고 지역 구단인 롯데에 입단한 그의 활약은 부산 팬들의 자긍심이기도 했다. 땅볼을 치더라도 1루까지 이 악물고 뛰던 열정, 지고 있더라도 끝까지 공에 덤벼들던 근성을 팬들은 좋아했다. 그의 야구는 부산 사람들의 정체성과도 같았다.
손아섭은 29일 자 국제신문 3면에 자신의 이름으로 롯데 팬들을 향한 감사와 미안함을 담은 지면 광고를 게재했다. 선수 개인이 본인 거취와 관련해 팬들을 위한 광고를 낸 적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2009년 미국에서는 직전 시즌까지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9년간 뛰었던 외야수 로코 발델리가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한 후 지역 신문에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은 광고를 게재했다. 시카고 컵스에서 뛰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이적한 투수 케리 우드도 같은 해 지역 신문에 전면 광고를 내고 “난 영원한 시카고 시민”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국내에서는 2017년 오히려 팬들이 돈을 모아 두산 베어스에서 7시즌 동안 뛰었던 투수 더스틴 니퍼트에게 그동안 고마웠다는 내용의 신문 광고를 낸 적이 있었다.
손아섭은 신문 광고를 낸 이유에 대해 “SNS에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지만 부산은 저를 응원해준 어르신 팬들이 많다. 그분들에게도 꼭 저의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역 팬들의 사랑을 받고 성장한 만큼 마지막까지 팬들에게 예우를 다했다. 그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 구단과 팬들에게 새롭고 모범적인 이별 방식을 보여줬다. 프로농구 수원 kt가 2003년부터 17년간 부산을 연고지로 하다 도망치듯 수원으로 올라갔던 것과도 사뭇 대비됐다. 손아섭은 늘 그랬듯 자신의 실력과 마음으로 팬들에게 그의 가치를 증명했다. 비록 롯데를 떠났지만 그의 아름다운 이별 방식은 팬들을 위로했고 좋은 선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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