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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승계 대신 골프지도자의 길, 非프로 출신 편견 깨다

골프&인생 <9> 김규동 ‘하모니 더 골프’ 대표

  •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
  •  |   입력 : 2022-07-10 19:32:3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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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보장됐던 건설회사 후계자
- 경영수업 받기 전 미국골프 접해
- 이론 연구하며 전문 지도자 공부
- 주니어 선수들 찾아오며 입소문
- 韓 티칭 프로 100인 포함되기도
- “일반 골퍼 기본기·인내심 중요”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그 유명한 시(詩) ‘가지 않는 길’에서 두 갈래 길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인은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인생의 중요한 선택과 그 선택에 따른 운명을 말한다. ‘나는 사람이 가지 않는 길을 택하였다고 / 그래서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김규동 ‘하모니 더 골프’ 대표는 골프에 대해 ‘나 자신이자 내 인생’이라고 말한다. 여주연 기자 yeon@kookje.co.kr
김규동(56) ‘하모니 더 골프’ 대표의 인생은 프로스트의 시를 연상시킨다. 보장된 건설회사의 후계자 대신 골프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 선수 출신도 아닌 일반인이 뒤늦게 골프 지도자의 길을 택한 것은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선뜻 납득되지는 않는다. 그는 “일말의 후회도 없다”고 단언했다.

■호기심에 내디딘 ‘가지 않은 길’

김 대표는 화목건설 김용완 회장의 2남 1녀 중 장남이다. 고려대(중어중문)를 졸업하고 경영 수업을 받기 직전 간 미국 여행에서 처음 골프를 만났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친구들이 모두 골프를 하니 자연스럽게 거기서 골프를 배웠지요. 6개월 정도.”

한국으로 돌아온 김 대표는 미국과 한국의 티칭 방법에 큰 의문을 품었다. “미국은 중심 이동이나 바디 턴을 강조했는데 반해 한국은 발을 붙이고 치라고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선진적이라는 말이 아니라,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죠.”

의문은 본격적인 골프 공부로 이어졌다. 운동역학과 유체역학 같은 골프 이론에 관한 각종 원서를 구해서 읽고 미국에서 첨단 장비를 도입해 스윙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다 지도자의 길로 접어든다. “해박한 이론과 스윙 분석이 입소문을 타면서 주니어 선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투어 프로 출신이 아니다 보니 이론 외에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문 지도자가 되기 위해 2002년 미국골프지도연맹(USGTF) 마스터 티칭프로 자격을 땄다. 이론은 더 팠다. 2004년 부산외국어대 사회체육 골프전공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스포츠 심리학 박사학위까지취득해 부산외대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지도자로서 커리어를 쌓아가던 김 대표는 2011년 ‘더 골프’가 선정한 한국을 대표하는 티칭 프로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임진한 고덕호 등 스타급 프로들과 함께. “당시만 해도 투어 프로 출신이 아닌 지도자에 대한 편견이랄까, 벽 같은 게 있었어요. 당시 설문 항목 중에 첫 번째 질문이 ‘투어 프로로 뛰어본 적이 있나’였는데 그 문항을 제외하고는 모두 ‘예스’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이야 웃어 넘길 정도로 내공도 쌓고 자신감도 있지만, 어쨌든 당시 골프 문화에서는 좀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습니다.”

외국 스포츠 영화에서는 비선수 출신이 프로팀의 감독이나 코치를 맡은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김 대표도 2015년 4월 창단한 BNK 골프단의 초대 감독을 맡았다. “골프는 멘탈이 중요한 운동이다 보니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심리적인 측면이 중요합니다. 전공인 스포츠 심리학을 살려서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당시 선수였던 최혜용 이정화 프로와는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

■“그래도 기본기가 제일 중요하다”

김 대표는 2009년 부산 해운대구에 오픈한 실내연습장 ‘하모니 더 골프’에서 아마추어 골퍼를 대상으로 레슨을 하고 있다. 주니어 선수들은 더 이상 지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기본기를 강조한다. “똑같은 기본을 가르칩니다. 인풋이 같더라도 결국 본인의 신체 조건이나 운동 신경 등에 따라서 다른 아웃풋(실제 스윙 동작)이 나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기만의 스윙이 완성됩니다. 그래도 처음부터 이런 걸 당연하게 단정지어서 가르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자기만의 방식은 나중의 문제입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골프 레슨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가르치는 사람의 시스템 부재와 배우는 사람의 조급함이다.

“운동 역학 같은 이론적 배경이 부족해 배우는 사람을 완전히 이해시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런 티칭 방식은 나하고는 맞지 않아’라고 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 사이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거죠.”

배우는 사람에게는 인내심을 강조한다. “일반 골퍼 중에서 ‘아무리’ 배운 대로 해도 늘지가 않는다고 하는 분이 있습니다. 이 ‘아무리’의 기준이 다른 거 같아요. 프로는 오랜 세월에 걸쳐 기본기를 다지는 데 아마추어는 10분 해보고 쉽게 포기합니다.”

레슨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조언을 잊지 않았다. “프로 선수도 코치가 있습니다. 아마추어 중에서 싱글 정도 치는 분은 골프 멘토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 레슨이 많이 보급됩니다. 이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단편적인 시각이 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필요한 부분만 수용할 수 있지만, 기본기가 없는 상태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지 않고 인터넷으로 의학 지식을 찾는 것과 비슷합니다.”

티칭에서 이론적인 배경을 강조하는 김 대표는 보다 체계적인 골프 이론을 정립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은 물론 심리적, 생리적 이론을 다루는 전문가들이 모여 골프를 가르치는 아카데미를 만들고 싶습니다. 현대 골프의 트렌드를 분석해 엘리트 체육인은 물론 일반 골퍼들에게 이론적 베이스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 나에게 골프란…

- 나 자신이자 내 인생

골프는 ‘나 자신이자 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골프에서 시작됐다. 단순히 흥미를 가지고 시작한 일이 사람들을 가르치는 직업이 되고, 연구하는 교수가 되게 만들었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것이 바로 골프다. 외국에는 나이가 많은 지도자도 현업에서 활동을 한다. 나도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지도자 생활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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