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로코 부누 승부차기 2번 선방
- 이번 대회 자책골 한 골만 허용
- ‘짠물 수비’로 사상 첫 8강 쾌거
- 스페인, 2회 연속 16강서 탈락
12년 만에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꿈에 부풀었던 스페인이 또 ‘승부차기 악령’에 분루를 삼켰다.
7일(한국시간)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아랍의 희망’ 모로코가 ‘무적함대’ 스페인을 승부차기 끝에 물리치고 8강에 진출했다. 모로코는 이날 전·후반 90분과 연장전까지 120분을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모로코는 월드컵에 첫 출전한 1970년 멕시코 대회 이래 처음으로 8강에 오르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모로코는 또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둔 이웃이자 식민 통치의 아픔을 선사한 스페인과의 맞대결에서 처음으로 승리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모로코는 지금까지 스페인과 3차례 맞붙어 1무 2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날 경기 전 대부분의 전문가는 스페인의 승리를 점쳤다. FIFA 랭킹에서 스페인(7위)이 모로코(22위)에 훨씬 앞서 있는 데다 상대전적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스페인은 이날 63%에 달하는 볼 점유율로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나 스페인은 여러 차례 공세를 펼치고도 위협적인 장면을 거의 만들지 못했다. 페널티 박스까지 내린 모로코의 수비 라인을 전혀 뚫지 못한 것이다. 모로코는 앞선 조별리그 3경기에서도 1골만 허용하는 ‘짠물 수비’를 자랑했다. 유일한 실점도 자책골이었다.
득점 없이 전·후반과 연장전을 끝낸 두 팀은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승부차기에서는 모로코의 수문장 야신 부누의 선방이 빛을 발했다. 야신 부누는 옛 소련의 전설적인 골키퍼이자 월드컵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골키퍼에서 주는 ‘야신상’의 레프 야신과 표기법이 같다.
스페인은 1번 키커로 나선 사라비아가 골대를 맞추며 실축했고, 2번 키커 카를로스 솔레드마저 부누의 선방에 막혀 벼랑 끝에 섰다. 3번 키커로 나선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슛을 부누가 또다시 몸을 날려 막아내면서 길고 긴 승부는 끝이 났다.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조별리그를 통과한 아랍 국가 모로코는 1990년 카메룬, 2002년 세네갈, 2010년 가나에 이어 8강에 진출한 네 번째 아프리카 팀으로 기록됐다.
반면 우승 후보 스페인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두 대회 연속으로 16강에서 탈락했다. 스페인은 러시아 월드컵 16강에서도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개최국 러시아에 패했다. 아울러 스페인은 월드컵에서 역대 최다인 5차례 승부차기를 펼쳐 가장 많은 패배(4회)를 당한 국가가 됐다.
스페인이 월드컵 승부차기에서 단 한 번 승리한 것은 2002 한일 월드컵 때로 아일랜드와 1-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