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우리 업적 사라지지 않아”
‘졌지만 잘 싸웠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에서 프랑스에 패해 ‘위대한 여정’을 멈춘 모로코에게 이보다 더 어울리는 말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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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로코 선수들이 관중을 향해 인사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
모로코는 이날 그들이 왜 4강에 올랐는지 증명했다. 점유율에서 프랑스를 압도했고, 끊임없이 공세를 퍼부었다. 너무 빨리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모로코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프랑스 선수들은 모로코의 공세에 쩔쩔 매는 모습을 보였다. 프랑스 골키퍼 위고 요리스의 ‘슈퍼 세이브’가 없었더라면 승패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웠을 정도였다.
모로코는 사실 이날 경기를 ‘차 떼고 포 뗀’ 상태로 치렀다. ‘짠물 수비’의 핵심인 나이프 아게르드가 경기 전 몸을 풀다가 다쳤고, 센터백 라우만 사이스와 측면 수비수 누사이르 마즈라위는 경기 도중 부상으로 교체됐다. 신들린 선방쇼를 펼친 골키퍼 야신 부누의 힘 만으로 프랑스의 공세를 막아내긴 역부족이었다.
모로코는 비록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세계의 수많은 ‘언더 독’에게 희망을 안겼다. 대회 개막 전까지만 해도 FIFA 랭킹 22위의 모로코가 4강까지 오르리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모로코는 조별리그에서 FIFA 랭킹 2위 벨기에를 2-0으로 꺾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뒤 스페인(7위)과 포르투갈(9위)을 연달아 격파하며 아프리카 및 아랍권 국가 최초로 4강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모로코는 특히 4강 전까지 우승 후보들을 상대로 자책골 1골을 제외하고 1점도 내주지 않는 무시무시한 수비력을 선보였다.
이번 대회 모로코의 선전은 20년 전 한국의 모습과 판박이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도 모두의 예상을 깨고 조별리그에서 포르투갈에 승리한 뒤 16강과 8강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차례로 꺾고 4강에 올랐다. 당시 한국은 조직력 하나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모로코 역시 하킴 지예흐(첼시)와 아슈라프 하키미(파르 생제르맹)를 제외하면 뚜렷한 스타 플레이어가 없었지만 똘똘 뭉쳐 ‘4강 신화’를 썼다. 4강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체력이 떨어져 유럽 강호에 패한 것도 똑같다.
왈리드 라크라키 모로코 감독은 “전 세계가 우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최선을 다했고, 정직하게 싸웠다”며 “오늘 졌다고 해서 우리가 이룬 일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