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인구 적응 문제·경험 부족 등
- 영건들 와르르… 세대교체 실패
‘두들겨 맞아도 올라올 투수가 없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세대교체에 실패, 운명의 한일전에서 충격적인 대패를 당했다. ‘도쿄 대참사’로 불려도 무방할 경기였다.
한국은 지난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B조 본선 1라운드 2차전에서 일본에 4-13으로 완패했다. 7회말 콜드게임 패배 직전에서 겨우 벗어났다.
이날 참패는 타선의 응집력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투수들의 부진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지난 9일 호주와의 경기에서 7명의 투수를 투입하고도 7-8로 패한 한국은 이날 ‘최후의 보루’ 김광현(SSG)을 선발로 내세웠다. 하지만 김광현의 별명인 ‘일본 킬러’는 시간이 지나도 한참 지난 것이었다. 김광현은 2이닝 동안 삼진 5개를 뽑아냈지만 안타 3개와 사사구 2개를 허용, 4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더 큰 문제는 김광현 다음으로 등판한 투수들이었다. 원태인(삼성)-곽빈-정철원(이상 두산)-김윤식(LG)-김원중(롯데) 등은 모두 점수를 내줬다. 특히 김윤식은 세 타자를 상대하며 아웃 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사사구 3개를 내주고 강판됐다. 9번째 투수 이의리(KIA)도 4타자와 상대하는 동안 볼넷을 3개나 내줬다. 결국 이날 한국 투수 10명은 안타 13개와 사사구 8개를 헌납, 일본 타선에 철저하게 농락당했다.
박세웅(롯데)을 제외하면 컨디션이 좋은 투수를 찾기 어려울 만큼 한국 투수진은 총체적 난국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끌려갈 때 추가 실점을 막을 추격조도, 앞서갈 때 상대 추격을 막을 필승조도 없는 형국이다.
외신들도 한국의 부진 원인을 허약한 투수진에서 찾았다. 미국 MLB닷컴은 한일전 결과를 전하며 “한국은 10명의 투수를 투입했지만 일본 타선을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며 “그 어떤 직구, 변화구로도 일본 타자들을 제압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김광현 양현종(KIA) 등 베테랑은 물론 KBO 리그를 호령하는 ‘영건’들의 부진이 치명타다. 1999년 생인 정우영(LG)과 2000년생 김윤식, 2002년생 이의리 등은 컨디션 관리와 공인구 적응 실패, 경험 부족 문제를 드러내며 자멸했다.
젊은 투수들의 집단 난조엔 훈련 환경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대표팀은 미국 애리조나 투손 전지훈련에서 예상치 못한 추운 날씨 탓에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투수들은 귀국 직전에야 강풍을 맞으며 불펜 투구를 하는 등 ‘벼락치기’로 훈련하기도 했다. 노련한 투수들은 나름대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극복했지만, 경험이 적은 투수들은 그렇지 못했다. 도쿄 대참사 이후 ‘우물 안 개구리’ 한국 야구가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질책이 쏟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