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빠 영향 초등 3년때 본격 시작
- 2년전 유소년대표… 전국 전관왕
- 또래 중에 국내 최고 수준 궁사
- 부모 기운 받아 집중력 뛰어나
- “롤 모델 없고 잘 하자는 생각 뿐”
“따로 롤 모델은 없어요. 나 스스로 잘하자는 생각으로 활을 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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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극신궁’의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되는 부산 모라중(사상구) 김수민이 강서체육공원 양궁경기장에서 활을 쏘기 위해 시위를 당기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최근 부산 강서체육공원에서 만난 모라중(올해 2학년) 양궁선수 김수민은 164㎝의 가녀린 소녀다. 하지만 활을 들면 ‘냉철한 전사’로 변한다. 고등학생까지 복싱선수로 뛴 아빠와 육상부를 했던 엄마의 기운을 받아 집중력이 뛰어나고 실수해도 이겨내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양궁에 최적화된 성격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여자 양궁의 ‘대들보’ 안산과 임시현의 계보를 잇는 ‘차세대 신궁’으로 불리는 이유다. 안산은 2021년 제32회 도쿄올림픽에서 3관왕을, 임시현은 지난해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른 히로인(heroin)이다.
수민이가 처음 양궁을 접한 건 모덕초(사상구) 2학년 때다. 양궁선수였던 오빠가 방학 때 출신학교인 모덕초에 와서 훈련하는 것을 따라다니다 선생님의 권유로 3학년 때부터 양궁을 시작했다. 5학년 때부터 두각을 드러낸 그는 6학년이 되던 2022년 유소년대표로 발탁됐고, 그 해 열린 전국초등양궁대회에서 전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중학생이 된 그는 청소년대표로 활동하며 대한양궁협회의 유망주로 육성되고 있다. 지난달 수원에서 열린 양궁청소년대표팀에서의 2주간 훈련에도 중학교 1학년생은 수민이가 유일했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진학할 때 양궁도 큰 변화가 있다. 과녁거리가 초등학교 때는 35m가 가장 길지만 중학교 때는 60m로 배가량 늘기 때문에 적응하지 못하는 선수가 많다.
하지만 수민이는 이런 어려움에도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4월 경북 예천에서 열린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에서 5관왕에 오르는가 하면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시·도대항양궁대회 금5·은1 ▷한국중고양궁연맹회장기대회 금3·은1·동1 등의 성적을 거뒀다.
이 외에도 전국소년체육대회 금 1·은3·동1, 화랑기 전국시·도대항양궁대회 금1·은1·동3 등 메달을 휩쓸었다. 5관왕은 60·50·40·30m 4종목과 개인종합, 단체 등 총 6개 부문에서 한 개만 놓친 것을 말한다. 개인도 잘해야 하지만 단체전에서 부원 모두의 실력이 받쳐줘야 가능한 일이다. 수민이를 가르치는 모라중 이명숙 코치는 “수민이는 또래 중에서 전국 최고 수준”이라며 “당시 3학년 선수도 선전하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소년체전에서 ‘살짝’ 부진했지만 알고 보면 그리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당시 상황을 보면 수민이는 소년체전 60m 경기에서 결승에 올라 마지막 세 발을 남겨두고 있었다. 첫 화살은 10점에 꽂혔지만 두 번째 화살이 10점과 9점 사이 애매한 상황에서 9점으로 처리됐다. 세 번째 살을 10점에 맞추면 금메달을 따는 순간이었다. 10점 방향으로 날아간 화살은 직전에 9점으로 처리된 살을 그대로 관통(도킹)했다. 기존 화살에 박히면 기존 점수를 따른다는 규정 때문에 은메달에 그치고 말았던 것이다.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이 롤모델을 꼽는 것과 달리 수민이는 롤모델이 없다. 수민이는 “그냥 나 스스로 잘하자는 생각만 해요. 그리고 언니들과 다 함께 승리하는 게 좋아요”라고 수줍게 말했다. 이 코치는 “수민이 같은 유망주들이 장비 걱정하지 않고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체고 양궁부 임길희 코치는 “수민이는 2년 뒤 반드시 부산체고로 데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고교에서도 수민이의 명성이 알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