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치클록 위반 30회로 최다

그간 약체 이미지가 강했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을 앞두고 21년 만에 ‘우승’ 경험이 있는 외부 인사를 감독으로 선임했지만 어찌 시작부터 불안하다. ‘우승 청부사’ 김태형 감독은 취임식에서 공격 야구를 천명할 정도로 승리에 대한 욕심이 강했으나, 롯데 선수단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김태형 감독이 지난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는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열린 2024시즌 개막시리즈 2연전에서 모두 졌다. 이 과정에서 롯데는 피치 클록 규정을 30회 위반했다. 구체적으로 투수가 20번, 타자가 9번, 포수가 1번이다. 이는 KBO리그 10개 구단 중 최다 기록이다. 롯데에 이어 SSG가 24회, 한화 11회, 두산 10회 순이었다. KT 위즈의 경우 단 한 차례도 위반하지 않아 모범 사례로 꼽혔다.

롯데가 피치 클록 규정을 위반한 데는 김태형 감독의 강한 승부욕이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도입한 피치 클록은 당초 올 시즌 전반기 시범 운영 후 후반기부터 정식 도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관련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대 의견이 많아 결국 올 시즌 내내 시범운영하기로 결정됐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올해 가을야구 진출이 목표인 김 감독은 우선 승리를 위해 선수들에게 피치 클록을 신경 쓰지 말 것을 주문했다. 실제로 김태형 감독은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선 애런 윌커슨에게 “일단 피치 클록을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시범운영으로 진행된 만큼 규정을 어겨서라도 일단은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김 감독의 간절한 승리욕을 느낄 만한 대목이다.

사실 김 감독은 롯데 지휘봉을 잡은 이후 여러 차례 승리에 대한 본성을 드러냈다. 취임식에서부터 2024시즌 롯데 야구를 ‘공격 야구’라고 정한 뒤 “찬스가 났을 때 몰아붙일 수 있는 플레이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프링캠프에서는 “점수가 날 것 같은 상황이라면 상대를 계속 물고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 상대를 완전히 압도해 분위기가 반전될 수 없을 때나 번트 지시를 내리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김 감독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분위기다. 시즌 시작 전부터 육성선수로 입단해 1군 무대에서 유격수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영빈이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감췄다가 퇴출당해 분위기를 흐렸다. 또 4선발로 기대를 모았던 나균안은 사생활과 가정 폭행 의혹으로 구단 내부에 어수선한 분위기를 더했다.

선수들의 기량 문제도 한몫했다. 2023시즌 자유계약선수(FA)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한현희가 경기력에서 밀려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도 들지 못하는 바람에 롯데는 롱 릴리프 구상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한현희와 함께 ‘FA 3인방’으로 불렸던 유강남과 노진혁도 개막 2연전만 봤을 때 FA 위상에 비해 실력이 달렸다. ‘구원 듀오’ 구승민과 김원중도 아쉬움을 남겼다.

1990년 LG 우승을 이끈 백인천 전 감독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 경험이 있는 감독을 데려온 롯데가 팬들의 기대에 조금이라도 부응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