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엔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
- 올해 전국대회 개인전 2관왕
- 역공격 ‘꽁뜨르 아따끄’ 주특기
- 개성있는 플레이로 세계 평정 꿈
- 숙소 화재때 50여명 대피시켜
“사실 (김)건우가 소심해요. 그런데 경기장에만 들어가면 완전히 달라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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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펜싱 유망주 김건우(영선중 3년)가 최근 부산 영도구 부산남고 체육관에서 훈련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백창훈 기자 |
부산 펜싱 유망주 김건우(영선중 3년·플뢰레)를 지도하는 김은정 코치도 제자가 신기하다. 평소 조용하고 차분한 김건우가 손에 검만 쥐면 넘치는 자신감으로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하기 때문이다. 김건우는 올해 3월 열린 한국중고회장배 전국남녀선수권대회 개인전 동메달을 시작으로 지난 5월 전국소년체전 개인전 금메달과 단체전 은메달, 같은 달 열린 제62회 전국남녀종별펜싱선수권대회 개인전 금메달과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해 미래가 기대되는 펜싱 꿈나무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김건우는 소심한 성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경험을 했다. 영도구 한 오피스텔에서 자취를 하는 김건우는 지난달 13일 새벽 1시20분께 방에서 자던 중 에어컨 누전으로 불이 났다. 당시 타는 냄새에 잠에서 깬 김건우는 주변이 온통 흰 연기로 뒤덮인 것을 보고 화재라고 느꼈다. 그리고 곧장 일어나 같은 층 세대의 현관문을 일일이 두들겨 주민 50여 명을 대피시켰다. 그 덕에 불로 인한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김건우는 “일어나 보니 에어컨이 폭발하고 있었다. 매캐한 연기에 숨이 잘 안 쉬어졌지만, 일단 사람들을 깨워야 한다는 생각에 먼저 화재경보기를 울리고 출입문을 두들겨 주민들의 대피를 유도했다”고 말했다. 침착한 데다 용기가 가상해 중학생의 대처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의로운 성품을 자랑하는 김건우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펜싱과 인연을 맺었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와 킥복싱 등 여러 운동을 경험했으나, 금방 흥미를 잃고 방황했다. 그러던 중 부모님의 권유로 부산거점스포츠클럽을 통해 시작한 펜싱만큼은 달랐다. 찌르는 신체 부위와 함께 검의 길이에 따라 플뢰레와 사브르, 에페로 종목이 나눠어지는 것도 펜싱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다. 김건우는 “검을 처음으로 쥔 순간 온몸이 짜릿했다. 그 정도로 펜싱이 재밌었다”며 “첫 시작을 플뢰레로 했는데, 저와 너무 잘 맞아 사브르나 에페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건우는 수비를 베이스로 한 역공격이 주특기다. 상대방의 공격 찬스에서 오히려 역공을 펼치는 ‘꽁뜨르 아따끄’로 점수를 쌓아 각종 대회에서 우승했다. 타고난 강한 정신력도 빼놓을 수 없다. 동시타가 잦은 펜싱에서 심판 판정에 따라 누가 주도권을 갖느냐로 갈리기 때문에 멘털 관리는 필수적이다. 김 코치는 “어릴수록 판정에서 득점을 인정받지 못하면 화가 나 경기에서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며 “건우는 그런 상황에서도 의연한 모습을 보인다. 어떨 때는 성인인 저보다 정신력이 더 강하다고 느끼기도 한다”며 칭찬했다.
김건우는 홍콩 국적의 펜싱 선수 청카롱처럼 틀에 박히지 않는 개성 있는 플레이를 목표로 한다. 1997년생의 청카롱은 2020 도쿄 올림픽 펜싱 남자 플뢰레 개인전 정상에 올라 홍콩에 펜싱 종목 첫 금메달을 안겼다. 그는 “한국 펜싱은 정확한 자세에 정직한 공격을 선호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저는 표준적인 펜싱에서 벗어나 나만의 색깔이 담긴 펜싱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바로 실업팀에 입단해 하루빨리 저 스스로 돈을 벌고 싶다”며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