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능기부 위해 美티칭프로 획득
- 바이올린 활 잡듯이 그립 잡아야
“18홀을 도는 동안 스스로 지휘자가 돼야 합니다. 그러면 골프가 짜릿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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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자 프라미스 쳄버 오케스트라 대표가 국제아카데미 강연에서 음악과 골프의 연관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종근 프리랜서 |
지난 27일 롯데호텔 부산 펄룸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 21기 23주 차 강연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평범한 강연과 골프 레슨, 율동 그리고 바이올린 공연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강연자의 이력 자체가 워낙 특이했기 때문이다.
‘골프를 지휘하라’는 주제로 무대에 선 강연자는 정희자(57) 프라미스 쳄버 오케스트라 대표였다. 이탈리아에서 지휘학 박사 학위를 받고 국내외에서 바이올린 공연과 후학 양성, 지휘로 한평생을 보낸 정 대표의 경력 끄트머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하나가 있었다. 지난해 3월 미국골프지도자연맹(USGTF) 티칭프로가 된 것이다. 1년에 많아야 7번 필드에 나가던 정 대표는 단 한 번의 도전으로 티칭프로가 된 비결을 아낌없이 풀어놓았다. 그가 티칭프로 자격을 획득한 가장 큰 이유는 재능기부로 골프 레슨을 하기 위해서다.
정 대표는 “골프와 음악은 너무나 비슷하다. 먼저 리듬과 템포는 음악뿐만 아니라 골프에서도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음악을 바탕으로 골프에 접근하면 쉽게 배우고 이해할 수 있다”고 첫걸음을 뗐다. 그러면서 바이올린 활을 들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골프 그립과 바이올린 활 잡는 법은 비슷하다. 초보자들은 활이든 골프채든 모두 힘을 주고 꽉 잡는다. 둘 다 힘을 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힘 빼기와 일관된 템포, 리듬은 음악과 골프에서 모두 통용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구체적으로 음악과 골프의 어떤 점들이 연결되는지 하나하나 열거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드라이버, 휴대폰, 허리 회전판을 활용해 시범까지 보여줬다. 그것도 모자라 사전에 신문과 종이를 둘둘 말아 나눠준 뒤 강연 중간중간에 원우들이 따라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강연 말미에는 아예 정 대표와 원우들이 신나는 팝송에 맞춰 한바탕 ‘골프 춤’을 추기도 했다.
정 대표는 스윙, 어프로치 등에 관해 자신만의 노하우도 풀어놓았다. 가령 “어프로치는 단 1㎝를 쳐도 골반을 돌려야 한다”고 알려준 뒤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로 연습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했다.
티칭프로에 도전하면서 정 대표는 연습 일지를 아주 꼼꼼하게 작성했다. 그중 일부를 공개했는데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나를 믿고, 끝까지 천천히.” 여기엔 정 대표가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압축돼 담겨 있다. 자신감과 리듬, 템포다.
그는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나는 재능기부 하려고 티칭프로가 됐다. 앞으로 누구든 내게 요청하면 무료로 레슨을 할 것”이라며 “골프는 음악처럼, 인생은 예술처럼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연의 대미를 장식한 건 정 대표의 딸인 김효연 바이올리니스트의 공연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하는 영화 ‘여인의 향기’ OST 등을 눈앞에서 듣는 호사로 23주 차 강연은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