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농구 정규리그 부상 등 변수
- 빵빵한 벤치 멤버 보유해야 유리
- PO 단기전 국대급 스타들 위력
- 전창진·박정은 감독 ‘마음 고생’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논쟁이 프로 스포츠에도 있다. 일명 두터운 선수층이냐, 슈퍼 라인업 구성이냐의 딜레마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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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KCC 전창진(왼쪽), 부산 BNK 박정은 감독. KBL·WKBL 제공 |
프로 스포츠는 정규리그에서 많은 경기를 치른다. 이어 단기전의 포스트시즌을 통해 한 시즌의 챔피언을 결정한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정규리그를 고려한다면 두터운 선수층이 필요하다. 하지만 단기전에서 승리하려면 슈퍼 라인업이 훨씬 유리하다. 물론 슈퍼 라인업을 구축하고 ‘빵빵한’ 벤치 멤버를 보유한다면 걱정할 일이 없다. 다만 현실에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스타 선수들을 끌어모으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있어야 한다. 설사 ‘실탄’이 충분하더라도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 같은 제도가 있다면 마음껏 쓸 수 없다.
이 딜레마를 거론한 것은 이번 시즌 사직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프로농구 부산 KCC와 부산 BNK가 비슷한 고민에 빠졌기 때문이다.
먼저 KCC를 보자. 지난 시즌 KCC는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기자마자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리그에서 5위를 차지한 팀이 처음 챔피언 결정전 정상에 오르는 새로운 역사도 썼다. 지난 시즌 KCC는 슈퍼팀으로 불렸다. 허웅-이승현-라건아-최준용-송교창으로 이어지는 MVP 경력 선수들이 주전 라인업을 구성해서다. 정규리그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지만 단기전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에서 얼굴을 갈아 끼운 듯했다.
이번 시즌에도 허웅-이승현-최준용-송교창-디온테 버튼으로 막강 MVP 멤버를 구축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슈퍼 라인업에는 함정이 있다. 긴 정규리그를 소화하다 보면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으로 항상 MVP 멤버를 가동할 수 없다는 점이다. KCC가 그랬다. 최준용과 송교창이 부상으로 장기 결장했다. KCC가 이번 시즌 치른 39경기 중 최준용이 17경기, 송교창은 8경기에만 출전했다. 버튼은 아예 시즌 중 트레이드됐다.
그 결과 KCC는 현재 7연패에 빠져 있다. 팀 순위는 7위로 6위 원주 DB와 2.5경기 차다. 정규리그 15경기가 남아 있어 6강 플레이오프(PO) 진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당장 7연패에서 탈출하는 것이 급선무다.
BNK도 비슷한 상황이다. BNK는 이번 시즌 자유계약선수(FA) 박혜진과 김소니아를 영입해 안혜지-이소희-이이지마 사키-김소니아-박혜진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급 멤버를 구축했다. BNK는 개막 6연승으로 단독 선두를 질주해 창단 후 첫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 통합 우승도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BNK는 슈퍼 라인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이소희와 박혜진이 나란히 부상으로 빠지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BNK는 4~6라운드 내내 고전한 끝에 1위를 아산 우리은행에 내주고 2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했다. 다행히 박혜진이 복귀했고 이소희도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 출전해 경기 감각을 조율했다.
이처럼 슈퍼 라인업의 그늘로 인해 KCC 전창진 감독과 BNK 박정은 감독은 시즌 내내 마음고생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생길 수 있다. 슈퍼 라인업을 회복한 BNK가 포스트시즌에서 최강 전력을 뽐내고 KCC가 6강 PO에 진출해 지난 시즌처럼 슈퍼팀으로 돌변한다면?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예측이지만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딜레마는 영원히 딜레마로 남을 것 같다. 우승의 기쁨에 묻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