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BNK 박정은 감독은 우리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승리한 뒤 “좋은 선수들과 이렇게 큰 무대에서 같이 호흡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내가 이 선수들을 지휘한다는 게 영광이다. 감독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더 노력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감독이 말한 좋은 선수들은 BNK 전체 선수단을 가리키지만 범위를 좀 더 좁혀보면 안혜지-이소희-이이지마 사키-박혜진-김소니아로 연결되는 주전 5명의 스몰라인업을 말할 수 있다. 이들은 한마디로 국가대표급 멤버다. 스몰라인업은 우리은행 김단비처럼 특별한 에이스가 끌고 가는 형식이 아니라 5명이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면서 조각을 맞춰 완성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챔프전에서 맞대결한 우리은행의 명장 위성우 감독조차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였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5명의 스몰라인업은 박 감독 개인에게도 최고의 선물일 수 있다. 감독이 지도자 생활하는 동안 자신이 원하는 컬러를 구현할 수 있는 선수를 구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번 시즌 주전 5인방은 박 감독이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의 멤버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선수 시절 명품 포워드로 불린 박 감독은 1번에서 4번까지 소화 가능한 만능선수였다. 그런 박 감독이 추구하는 팀 컬러는 높이에 강점이 있지만 스피드가 떨어지는 센터 중심의 농구보다 높이보다는 스피드를 앞세운 가드와 포워드 중심의 농구다.
이번 시즌 BNK의 스몰라인업이 딱 그렇다. 5명 중 180㎝가 넘는 선수가 없다. 대신 스피드와 조직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수비에 방점을 뒀다. 스포츠계에 ‘우승 하려면 수비, 환호를 받으려면 공격’이라는 말이 있다. 박 감독은 우승을 위해 수비 농구를 강조했다. 그렇다고 공격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전 5명 모두 경기당 평균 10점 이상을 넣을 수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멤버 구성은 처음 챔프전에 올랐던 2022-2023시즌과도 비교된다. 당시 베스트5는 안혜지-이소희-김한별-한엄지-진안으로 이어졌다. 이번 시즌 스몰라인업과 굳이 비교를 하자면 개인 기량과 스피드에서 차이를 보인다. 베테랑 선수의 영향력도 다르다.
스몰라인업의 수비농구는 지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정규리그 경기당 평균 실점은 60.1점으로 두 번째로 적었다. 경기당 팀 평균 득점은 62.7점으로 6팀 중 2위였다. 높이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스피드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대응해 경기당 팀 리바운드도 39.8개로 2위였다.
스몰라인업의 화룡점정은 최고참 박혜진이다. 박 감독은 늘 경험 많은 선수를 원했다. BNK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어려 코트에서 선수들을 지휘할 노련한 베테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BNK 감독 부임 후 김한별을 영입했다. 김한별은 어느 정도 박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지만 잦은 부상으로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 시즌 박혜진과 김소니아를 영입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두 선수는 WKBL 무대에서 누구보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다. 두 선수 합류 후 박 감독은 따로 미팅과 면담을 하면서 자신의 농구 컬러를 이식했다. 그 결과 박 감독이 전체 선수단을 지휘한다면 코트에서는 박혜진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선수들도 고비나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가장 먼저 박혜진을 찾았다. 팀에 선수들이 의지할 수 있는 커다란 기둥이 생긴 것이다.
훈련 방식은 맞춤형으로 이뤄졌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처럼 엄청난 체력 훈련보다 선수들 개개인이 코트에서 자기 역할에 맞게 뛸 수 있도록 맞춤형 지도를 펼쳤다. 그 결과 톱니바퀴 같은 수비 조직력이 완성됐고,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에서 빛을 발했다.
BNK는 스몰라인업을 내세워 개막 후 6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와 챔프전 통합 우승도 가능한 기세였다. 하지만 부상 암초를 만났다. 박 감독 스타일은 주전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번 시즌도 주전 5명이 경기당 평균 30분 이상 출전할 정도였다. 단독 1위를 지키던 BNK는 박혜진이 발목 부상으로 9경기, 이소희가 족저근막염으로 12경기에 빠졌다. 결국 팀은 우리은행에 1위를 내주고 2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해 통합 우승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주전들의 부상으로 얻은 것도 있다. 벤치 멤버인 박성진 변소정 심수현이 경험을 쌓으면서 기량이 급상승했다. 박성진은 기량 발전상을 받기도 했다.
스몰라인업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알 수 없다. 또 내년 시즌 다른 팀이 스몰라인업을 깨는 새로운 전술을 들고나올 수도 있다. 실제 스몰라인업은 똘똘한 빅맨이 있는 팀에 고전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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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K의 주전 5명이 경기 중 박혜진의 주도로 작전 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혜지 박혜진 이소희 김소니아 사키.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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