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마커. 이는 생체 내 존재하는 표지물질을 말한다. 바이오마커는 병에 걸렸을 때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변화를 나타낸다. 그래서 이것은 특정 질병의 유무, 진행 정도 등 측정의 표지물질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종종 특정 질병에 대한 치료약 개발의 표적이 되는 이유이기도 한다. 생명과학계는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질병 치료법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바이오마커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RNA 간섭현상(RNAi)'을 처음으로 발견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그러면 RNA는 무엇이고, 이를 통한 바이오마커 연구는 무엇일까. 부산에서도 RNA 단계의 바이오마커를 발견해 이를 암의 조기진단과 예방에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RNA 간섭현상
DNA는 자신이 갖고 있는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 이때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RNA다. RNA는 DNA로부터 받은 단백질 합성 유전정보를 갖고 있다. 하지만 DNA는 동시에 이 RNA의 단백질 합성을 저해하는 또 다른 종류의 RNA(miRNA)를 만들어낸다. RNA에 의해 유전자 발현이 간섭받아 저해된다는 의미에서 과학자들은 이 miRNA의 활동에 'RNA 간섭현상(RNAi)'이란 이름을 붙였다. 올 노벨 생리·의학상은 이 RNA 간섭현상을 발견한 미국 스탠퍼드대 앤드루 파이어 교수와 매사추세츠 의대 크레이그 멜로 교수에게 돌아갔다.
RNAi의 발견은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도 변화시켰다.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알아내는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크게 단축시켰기 때문이다.
인제대 의대 김연수 교수는 "게놈 프로젝트를 비롯한 생명과학 전반의 눈부신 발전은 현재의 기술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유전자들을 대량으로 양산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유전자들의 기능과 응용 가능성을 빠르게 규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지만 RNAi 기술을 이용하면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유전자 검정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불과 2∼3년 전만해도 유전자 하나의 기능을 알아내기 위해 1∼3년이라는 기간과 많은 연구비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RNAi 기술을 이용해 수개월 혹은 수일 내 유전자 기능을 규명할 수 있게 됐다.
▲바이오마커 연구 활발
RNA를 검정해 암을 조기진단하는 연구가 부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동아대 기능성유전체학 연구실(실장 임선희, 화학·생명과학부 교수)은 RNA에서 바이오마커를 찾아 질병을 조기진단하는 연구를 지난해부터 진행 중이다. 현재 RNA 단계에서 바이오마커를 찾아 연구를 하는 곳은 기능성유전체학연구실을 포함해 국내에서 4~5곳 밖에 없다.
임선희 실장는 "지금까지 연구는 사람의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DNA에서 바이오마커를 찾아 질병을 연구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서 "하지만 RNA는 유전자가 발현을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연구를 하면 질병의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동시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즉 DNA 를 통한 연구는 한 개인이 암에 걸릴 잠재성만 확인할 수 있었다면 RNA 연구는 특정 환경요인에 반응하는 암의 발생여부를 살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의 RNA 내 바이오마커는 술을 먹으면 정상인과 다르게 발현을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치자. 때문에 이대로 쭉 술을 마시다간 나중에 간암에 걸릴 확률이 다른 사람들보다 10% 높게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이전 연구는 DNA 내에서 간암 잠재성만 확인하는데 그쳤지만 암 발생에 있어 환경 영향을 엿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기능성유전체학 연구실은 이 연구를 토대로 지난 9월 DNA ·RNA칩을 읽는 마이크로 어레이 스캐너(Micro Array Scaner)를 설치했다. 이른바 'DNA ·RNA칩을 읽는 기계'이다. 이 기계는 국내에서 국립암연구센터, 포항공대 등 4곳 밖에 없다. 이 연구실은 현재 한 사람당 4만8000여 개의 RNA를 추출해 이 기계를 통해 사람의 유전자 정보를 도출해내고 있다. 결과를 내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시간 정도.
임선희 실장은 "질병 유무를 더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RNA 500~600개로 유전자 정보를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 연구실은 이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이것이 가능하게 되면 질병이 발병하기 전의 예측에서부터 진단까지 가능하게 되며 암의 경우 치료율 100%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이렇게 되면 부산이 암 조기진단 및 예방의 허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로테오믹스'로
RNA 단계를 넘어서 프로테오믹스 연구를 통해 발굴된 바이오마커 개발도 한창이다. 프로테오믹스 연구는 RNA를 이루는 단백질 자체를 분석해 바이오마커를 찾는 연구이다. 과학기술부 산하의 '프로테오믹스이용기술개발사업단'은 지난 7일 가톨릭의과대 암연구소와 공동으로 '암 조기발견과 치료를 위한 바이오마커 발굴과 응용'이라는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프로테오믹스 연구개발이 암 조기진단과 치료에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과학기술부 프로테오믹스이용기술개발사업단 유명희 단장은 "최근에는 국내외에서 DNA, RNA 단계를 넘어서 프로테오믹스 차원에서 바이오마커 발굴과 응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