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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극을 신경다발 위에 얹어 통증 자극 대신 촉각 자극을 전달하면 만성 통증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
1년 전 서울의 한 척추전문 병원에서 허리 수술을 받은 이수정(56) 씨는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 암도 치료한다는 요즘 그는 허리 수술에 재수술을 받은 이후에도 통증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없던 통증까지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의사의 말로는 수술이 성공적이었고 수술 후에 촬영한 정밀 검사에서도 딱히 문제는 없었다. 물리 치료나 '뼈주사'를 비롯해 그가 시도했던 약물만 10여 가지. 이제는 이름만 들어도 어떤 약인지 알 정도가 되었지만, 어느 것 하나 그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지는 못했다.
여러 가지 약물과 물리 치료, 통증 치료 등으로 일부 도움을 받더라도 효과는 그때뿐, 다시 그 고통의 수렁에 들어가게 되는 공포는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치료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다리를 잘라버리고 싶다"고 표현할 정도이다. 이와 같은 수술후 통증 증후군뿐 아니라 복합 부위 동통 증후군(CRPS), 말초신경염을 비롯한 만성 통증을 위해 새로운 치료법이 시도되고 있다.
척수 자극술(Spinal cord stimulation·SCS)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통증을 담당하고 있는 신경다발 위에 미세 전극을 얹어 놓아 지속적으로 통증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것이 효과를 내는 원리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어린시절 배가 아플 때 "엄마 손은 약손" 이라며 배를 문질러 주면 어느 샌가 복통이 사라졌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 말고도 의학적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즉, 배에서 시작된 통증은 우리 뇌에 전달되어 "지금 배가 아프다"는 신호를 보낸다. 이 때 배를 문질러주면 이 촉각 자극이 뇌에 전달되는 동안 통증 자극은 덜 전달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으로 하여금 아픔을 주는 통증 자극 대신에 덜 유해한 촉각 자극을 전달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통증 자극이 뇌에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이 수술은 현재 국내에서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비교적 활발하다. 이 수술의 장점은 비교적 높은 성공률, 이전 수술 부위를 재수술하는 위험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장기적인 효과를 들 수 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그 전기 자극을 주는 일종의 배터리를 2~3년마다 교체하는 불편 때문에 환자들에게 쉽게 권하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휴대전화처럼 재충전 할 수 있는 배터리가 도입됐다. 또한 환자 본인이 리모콘을 이용해 전기 자극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어 컨디션에 따른 맞춤형 통증 조절이 가능하다. 물론 이 수술은 '만병 통치약'이 아니다. 따라서 수술이 도움이 될 환자와 되지 않을 환자를 잘 구별해야 한다. 수술을 받고 나면 자기공명영상(MRI)을 찍는 데 제한이 따르므로 수술 전에 전문의와 충분하게 협의해야 한다.
박재성·메리놀병원 신경외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