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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 거점 병원인 부산대병원 외상센터가 그 위용을 드러냈다. 이곳은 전국 14개 권역 외상센터 중 유일하게 독립건물이다. |
- 교통사고·추락 등 중증외상환자
- 365일 24시간 응급수술 시설
- 수술실 6개·134개 병상 '매머드'
- 전담 전문의 국내최다 20명 확보
- 해군 진료위해 헬리포트 확장
- 시뮬레이션센터 글로벌 교육장
- 뇌사자 관리시스템도 계획 중
동남권 거점 병원인 부산대병원이 오는 11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외상센터를 개소한다. 지난달 12일 사용승인을 받고 현재 수술실 이전과 함께 외상전용 장비 및 기계 도입이 한창이다. 중환자실 일부는 운영에 들어갔다. 14일에는 외상센터 수술실에서 중증외상 환자의 첫 수술도 했다.
그간 국내 외상센터는 병원시설 중 일부를 외상 전용으로 배치하거나 증축한 형태였지만 이번 부산대병원 외상센터는 전국 14개 권역 외상센터 중 유일하게 외상치료만을 위한 독립된 건물에 들어서는 그야말로 외상전문센터이다. 국내는 물론 미 해군 태평양함대 소속인 미 7함대조차도 관심을 보이는 등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로 발돋움할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국내 최초 외상 전용 독립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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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열세 번째 '권역외상센터 운영 방안' 심포지엄이 외상센터 대강당에서 처음 열려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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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센터는 교통사고, 추락 등으로 인한 다발성 손상 및 과다출혈의 중증외상환자가 365일 24시간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이나 중환자실 입원치료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전용시설과 장비, 전문인력을 갖춘 곳이다. 그간 석해균 선장 피격 등 일련의 급박한 외상사례에 대처하면서 국내에도 제대로 된 외상센터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꾸준히 제기됐다. 부산대병원 외상센터가 이런 여론을 충족시켜주는 첫 사례가 될 듯하다.
2013년 부산권역 외상센터로 지정된 이곳은 현재까지 선정된 14개 권역별 외상센터 중 유일하게 지하 4층, 지상 13층의 독립형 센터로, 외상전용 중환자실 50병상, 외상 수술실 6개, 외상전용병실 84병상을 갖춰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매머드급이다. 이에 걸맞게 외상전담 전문의만 국내에서 가장 많은 20명을 확보했다.
복지부 350억, 부산시 80억, 부산대병원이 500억 원을 각각 투입한 부산대병원 외상센터는 민간 영역뿐 아니라 총기사고와 같은 군 영역의 중증외상과 관련, 국군의무사령부 및 해군본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제2의 연평도 포격 같은 사태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부산이 항구인 점을 십분 활용해 외상센터는 해군본부 의무실을 비롯 해양의료원, 해양의학지원소, 해군포항병원 등 해군 의무시설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중증외상치료 협진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잠수의학과 해양 원격진료에 대한 공동연구도 수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상호협력을 통해 국내 해군을 총괄하는 해군작전사령부와 한반도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미 해군 태평양함대 소속인 미 7함대의 주요 배후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미 7함대는 일본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중증외상환자의 경우 일본 대신 부산으로 이송 가능한지의 여부를 타진해올 정도다. 이에 발맞춰 외상센터는 군의 대형 수송헬기도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설계를 보강하고 옥상의 헬리포트까지 확장했다.
■시뮬레이션룸 외상인력 교육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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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병원 외상센터가 일부 운영에 들어간 가운데 14일 오전 외상센터 수술실에서 중증외상환자의 첫 수술이 이뤄졌다. |
부산대병원이 외상센터를 준비하며 가장 주안점을 둔 곳은 5층 전체를 사용하는 시뮬레이션센터. 국내 타 외상센터와의 차별화를 위해 20억 원을 별도로 투자했다. 외상센터는 크게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불어나는 '돈 먹는 하마'. 다양한 인력자원 위험부담과 함께 근무강도가 높아 대표적 기피분야인 데다 턱없이 낮은 보험수가 때문에 모든 병원에서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산대병원은 역발상을 시도했다. 남이 안 하는 제대로 된 시뮬레이션센터를 만들어 국내는 물론 외국의 외상 관련 인력들을 대상으로 표준화된 교육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즉 외상등록체계와 치료 표준화를 구축해 전국 외상센터 전문인력, 군 의료 및 한국 주둔 미군 외상전문인력, 소방구급 및 경찰 등의 외상환자 이송인력 등을 대상으로 외상환자의 발생에서 이송, 치료에 관한 전문교육을 체계적으로 담당한다는 복안이다.
조현민 부산대병원 외상센터장은 "외상센터가 본격 자리를 잡으면 외상 관련 전 세계 군의관의 교육도 생각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외상 관련 글로벌 교육센터 역할도 할 계획임을 밝혔다.
국내에는 아직 외상환자 관리의 허점이 많아 뇌사자의 장기 기증의사가 종종 묻히는 경우가 있다. 부산대병원은 외상센터 지정을 받으면서 장기 이식, 특히 심장·폐 이식 수술시스템을 갖춘 호흡기질환센터를 외상센터 바로 옆에 준비해왔으며 비슷한 시기에 개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뇌사자 관리시스템도 계획하고 있다. 부산대병원은 장기 이식 관련 교수들을 캐나다에 연수를 보내 지난해 6월 첫 심장이식 수술을 성공했다.
정대수 부산대병원장은 "외상센터와 호흡기질환센터가 본격 가동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보일 것"이라며 "이로 인해 지역환자들이 멀리 서울로 가는 대신 부산에서 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만성 적자 외상센터 시뮬레이션센터 만들어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
■ 정대수 부산대병원장
"부산대병원 외상센터는 우리나라 외상체계가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최고의 기반 시설이 될 것입니다."
정대수 부산대병원장은 오는 11월 개소를 앞둔 부산대병원 외상센터에 대한 주변의 기대와 관련해 이같이 밝히고 정식 개소할 때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은 2008년 권역별 전문질환센터 설립계획에 따라 외상센터 설립자로 지정됐지만 그간 사업 진척이 부진해 2013년 2월 정 병원장이 취임하자마자 국비환수 위기에까지 몰렸다. 그는 보건복지부로 달려가 새로운 공사계획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받았다. 한편으론 그간 문제점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오늘에 이르게 됐다. 정 병원장은 "'권역외상센터 운영 방안' 심포지엄이 지난 9일 외상센터 13층 대강당에서 처음 열려 격려사를 할 땐 그간 애쓴 노력이 주마등처럼 스쳐가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대병원 외상센터의 자랑은 시뮬레이션센터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외상센터는 애물단지로 인식돼 기피 대상이었다. 경영상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끌고 갈 병원이 되레 이상하기 때문이다.
하나, 정 병원장은 이를 역발상으로 돌파했다. 20억을 더 투자해 외상센터 내 외상 관련 교육기관인 시뮬레이션센터를 만들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했다. 시설과 규모면에서 아시아 최대인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 교육비를 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주변에선 다들 신의 한 수라고 칭찬할 정도이다.
현재 외상센터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외상전담 전문의 20명을 대한외상학회의 외상교육프로그램에서 교육받게 하는 등 당장 시뮬레이션센터를 가동해도 교육할 수 있을 만큼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했다.
정 병원장은 "앞으로 부산대병원 외상센터가 있는 한 부산이 국내 외상전문치료분야에 중심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