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일수록 ‘일’에 무게
- 가족과 함께한 시간 물어보니
- 10명 중 2명만 ‘충분하다’ 답
- 일이 더 중요하단 답변도 43%
- 부산 워라밸 여건 조성 질문
- 응답자 절반 이상이 ‘미흡하다’
# 전국 평균 못미치는 부산
- 근로시간 길고 휴가기간 짧아
- 일·생활 영역 평균 밑도는 수치
- 육아휴직 등 제도영역만 합격점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은 국제신문 조사와는 별도로 일·생활 균형 지원사업 성과 관리와 중단기 전략을 개발하려고 지난 6~7월 부산지역 기업체에 근무하는 20~59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일·생활 균형과 관련해 직장 및 가정생활, 여가생활, 정책요구 등을 주로 물었다. 국제신문 조사는 자신의 워라밸 수준을 확인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여성가족개발원 조사는 정책 개발을 전제로 인식, 정책 요구 등으로 범위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 |  |
| 지난 15일 부산 해운대구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찾아가는 워라밸 직장교육’ 장면. 부산일생활균형지원센터 제공 |
■정규직은 시간이 없어서, 비정규직은 돈이 없어서
개발원은 우선 일·생활균형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워라밸’에 대해서 절반(51.9%)가량이 알고는 있었지만 연령별로 차이가 났다. 20대는 59%가, 30대는 62.5%가 ‘알고있다’(대략 알고 있다 +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답한 반면 50대 이상은 34.5%에 그쳤다.
응답자는 일과 생활의 균형은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다. ‘기업의 생산성 및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대해서도 71.5%는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일·생활 균형을 위해 하고 싶은 활동을 묻자 ‘관광’을 꼽은 경우가 21.3%로 가장 많았다. 이어 ‘휴식’ 16.1%, ‘문화예술 관람 및 참여’가 12.3%로 뒤를 이었다. 실천이 어려운 이유를 알아보는 질문에서는 고용형태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졌다. 정규직은 ‘장시간 일하는 직장문화’를 꼽은 비율이 40.3%로 가장 높았지만 비정규직은 50.9%가 ‘경제적 부담’을 골랐다.
■100명 중 절반 ‘부산 일·생활 나빠’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가늠하는 데 ‘가족’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충분하느냐’는 물음에 긍정적 답변은 19.9%에 그쳤다. ‘일과 가족이 균형이 이루고 있느냐’는 질문에서는 균형을 이룬다는 답변이 절반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45.6%였지만, 일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답변도 43.6%로 제법 높았다. 특히 관리자의 경우 이 같은 답변 비율이 높은 점이 눈길을 끈다.
자녀 양육에 있어서는 부모가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욕구(46.7%)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유연근무제가 광범위하게 도입되면 아이돌보미, 직장어린이집 등 부모 역할을 대체할 다른 정책의 필요성이 그만큼 낮아지므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분석된다.
부산의 일·생활 균형 여건에 대한 인식은 나쁜 편이다. ‘매우 미흡하다’와 ‘다소 미흡한 편이다’를 합한 부정적 의견이 53.0%로 절반을 넘어섰다. 연령별로는 온도차가 있었는데 20대는 긍정적 답변(다소 우수 + 매우 우수)이 그나마 10%를 넘겼으나 30대는 4.0%, 50대는 3.0%에 그쳤다. 40대는 1.5%에 머물렀다.
워라밸 4대 정책(일·생활 균형 실천 기업 확대, 일·생활 균형을 위한 사회적 기반 조성, 일·돌봄 병행 부담 해소, 재취업·경력 유지 지원)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사업 중에선 일·생활 균형 모범기업에 인센티브(혜택) 제공이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보고서를 낸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문정희 연구위원은 “워라밸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높아지는 건 사실이고, 개인이나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생활은 여전히 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며 “워라밸을 확산하기 위해선 회사 조직문화 자체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도록 심도 있은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산 워라밸, 타 대도시 비해 하위권
부산 직장인들의 워라밸 수준은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어떨까. 2017년 고용노동부가 펴낸 ‘지역별 일·생활균형 지표 개발 및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다른 도시와 부산의 일·생활 균형 현황을 알아보았다. 보고서는 크게 일 생활 제도로 구분해 평균값과 시·도별 점수를 산출했다.
우선 일 영역에서 부산은 30.470점을 얻어 전국 평균(33.861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도시 중에서는 서울(56.623점)과 대전(39.863점) 광주(35.652점)에 이어 4위에 그쳤다. 일 분야는 크게 총근로시간 초과근로시간 휴가기간을 합해 점수를 냈는데, 부산은 근로시간은 긴 편인 반면 휴가기간은 짧았다. 총근로시간은 부산이 178.5시간으로 전국 평균 176.7시간보다 많았고, 대도시 중에선 서울 광주 대전을 웃돌았다. 그러나 휴가기간은 5.2일로 전국 평균(5.9일)에 미치지 못했다. 대도시 중 가장 긴 울산(7.7일)에 비해선 크게 적었다. 그나마 초과근로시간은 10.9시간으로 평균(13.1시간)에 비해 낮았다.
생활 영역 역시 대도시 중 4위에 그쳤다. 부산의 이 분야 점수는 46.678점으로 대전(53.662점)이나 서울(53.012점)과는 차이가 벌어졌다. 세부 영역 중에선 일-여가생활 균형정도가 25.8%로, 대도시 중 인천(22.7%) 다음으로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분야 전국 평균은 30.6%다.
제도 영역은 선방했다. 부산은 20.574점으로, 전국 평균(19.0점)을 넘어섰으며, 대도시 중에서도 2위였다. 그러나 서울(56.623점)과는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다. 육아휴직 사용 사업자 비율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이용자 수 분야의 점수는 낮았지만 국공립 보육시설 설치율과 일·가정 양립제도 인지도 분야에서 전국 평균을 넘어섰다.
하송이 기자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