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40대 후반의 여성 환자가 간이 안 좋다며 내원했다. 장기간 술을 마셔 간이 많이 좋지 않은 상태여서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했다. 초음파 검사상 우측 간 하부에 1.9㎝ 크기의 결절이 보여 대학병원에 CT를 의뢰, 조기 간암으로 최종 진단받고 치료 중이다.
간암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만여 명의 환자가 발생해 그중 많은 수가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간암은 주로 한국 중국 등 동북아시아 지역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많이 발생한다. 간암의 국내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1위, 국내 및 전 세계 암 사망 중 2위를 차지한다.
간암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다른 암과 달리 뚜렷한 발병원인이 존재한다.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성 간 질환 등 3가지 만성 간 질환이 간암의 주요 원인이다. 국내 40, 50대 암 사망 원인 중 가장 흔한 암으로, 예방과 조기 발견이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흔히 간은 ‘침묵의 장기’라 불린다. 어지간히 아파서는 티가 나지 않는다. 80% 이상 손상될 때까지 통증도, 전조증상도 거의 없다. 당장 아프지 않다고 무심코 넘겼다가는 어느 날 갑자기 간암이라는 거짓말 같은 현실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간암이 진행함에 따라 오른쪽 윗배나 오목가슴에 뻐근한 둔통이 있을 수 있고,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하거나 가끔은 혹 덩어리가 만져질 수 있다.
간암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인이 되는 3가지 만성 간 질환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B형 간염은 백신 예방접종으로, C형 간염은 혈액이 묻어 있을 수 있는 칫솔 면도기 손톱깎이 주사기 등 개인용품을 다른 사람과 같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과도한 장기간의 음주는 피해야 한다.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에 걸렸으면 적극적인 항바이러스제 치료로 간경화 간암으로 이행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간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적어도 6개월 간격으로 주기적인 간 초음파 검사, 혈청 알파태아단백(AFP)검사 등을 해야 한다. 최근 항바이러스제의 발달로 C형 만성 간염은 2, 3개월간의 약 복용으로 완치할 수 있다. B형 만성 간염은 오랫동안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간경화 간암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과거 걸렸다 하면 6개월밖에 못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간암은 무서운 병이었다. 최근 초음파 CT MRI 등 해상도가 높아진 영상진단 장비가 발달해 암의 조기 발견이 가능해졌다. 이젠 병기에 따라 치료법도 다양해졌고, 5년 생존율도 많이 좋아졌다. 2㎝ 이하의 간암이 한 개 있으면 수술적으로 제거하거나 전기로 태우는 전기소작술(RFA)이, 3~5cm 간암이 한 개 있으면 수술적 제거, 간이식 수술, RFA 등의 방법으로, 2cm 이상의 암이 여러 개 있고 간 내 혈관을 침범하지 않았으면 간동맥 색전술 등의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간 내 전이가 있어 수술적 또는 국소적 치료가 불가능하면 넥사바 렌비마 등 표적항암제로 치료를 하기도 한다.
신우원·신우원내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