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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코로나 상처 인정과 일상회복

  • 유선미 해운대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   입력 : 2021-11-15 19:27:20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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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2020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감염은 쓰나미처럼 우리의 삶에 밀려들었다. 매일 확진자 수를 알리는 문자와 사람들의 격리 소식, ‘생활 속 거리두기 단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시간과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뿐 팬데믹 시대를 보내며 우리는 모두 외롭고 지치고 두려웠다.

이제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었다. 식당과 체육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이 없어지고 사적 모임의 인원 제한도 완화되니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위드 코로나’ 해도 될까 고개를 갸웃거린다. 우리보다 먼저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외국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축구경기를 보러 가고, 다같이 모여 축배를 들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해 최고치를 갱신했다는 뉴스도 들린다. 질병관리청의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을 따라가면 어두운 터널이 끝나고 코로나19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앞으로 일상회복이 계획대로 진행될 거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확진자 수가 아니라 예방접종 완료율, 입원병상 여력, 중증 환자 및 사망자 규모같은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방역조치를 완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방역조치를 완화하면 확진자는 증가하고 중증 환자도 늘어날 것이다.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일상회복 과정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긴 시간이 되리라고 예상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각자 어떻게 일상을 회복해야 할까?

평소 예민한 성격인 한 환자는 작년 이후 불안이 심해져서 배달음식만 먹고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감염에 취약한 신생아 중환자를 치료하는 동료 의사는 작년 3월 이후 외식을 세 번 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위드 코로나가 되었다고 해서 바로 코로나 시대 이전처럼 생활할 수 없다.

반면 코로나19 사망률도 많이 낮아졌으니 독감처럼 매년 백신 맞고 아프면 자가치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줄다리기하듯이 호각이 울리면 일사불란하게 한 방향으로 줄을 잡아당길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같은 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했던 것은 아니고 위기에 대한 내성과 회복 탄력성은 사람마다 다르다. 각자에게 맞는 속도로 해야 한다.

일상회복에는 개인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위드 코로나 시대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독감 바이러스와 동급으로 취급하면서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니는 시대일까?

과학 저널리스트 지나 콜라타는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진 1918년 인플루엔자 대유행을 ‘잊혀진 전염병’이라고 지적한다. 1년이 채 안되는 동안 어떤 다른 전염병이나 전쟁보다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끝나자 사람들은 이 사실을 사회의 집단기억에서 지워버리려고 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시대야말로 지우고 싶은 기억이다. 코로나19와 함께한 2년은 인생에서 빼야 한다고 누군가 말했다. 하지만 잊고 싶은 과거를 잊는다고 흑역사가 없어지지 않는다. 무의식 속에 숨겨놓았던 우리의 상처를 인정하고 위로할 때 비로소 회복과정이 시작될 것이다.

이제 시작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한 기대를 조금 억누르고 조심스럽게 발을 떼어보자.

유선미 해운대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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