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이제 초고령화 사회가 되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부산의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부산시민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요즘은 ‘인생 100세 시대’라고 한다. 길어진 노후 생활로 인해 ‘건강하게 나이 들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건강하게 나이 들기는 사망하기 전까지 아프지 않고 스스로 거동이 가능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필자는 정형외과 의사를 20년 넘게 하고 있는데, 고령층 골절 환자의 경우 수술이 어렵고 장애가 남거나 거동이 불편하게 되는 사례를 자주 본다. 특히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렇듯 고령층에서는 골절 예방이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근력 약화에 따른 낙상이나 배회 같은 과잉행동으로 골절되는 인지장애 예방이 핵심적 요소로 꼽힌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예방법은 고령인구를 60대, 70대, 80대, 90대로 세분화해서 연령대별로 특화된 근력검사와 운동처방, 인지교육 등을 시행하는 것이다. 근육 노화를 늦춰서 건강수명이 5년 연장되면, 의료비용은 전국적으로 17조 원 가량 절감된다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생애주기별 운동처방과 인지교육을 위해서는 디지털 치료제 개념의 고령친화산업을 접목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기능뿐 아니라 고급스럽고 유용하면서 접근성이 쉬워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노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보행기기는 연령대별로 근력에 맞게 세분화하고 노인성 질환(척추병, 무릎관절염, 난청, 시력 저하, 어지럼증) 등을 고려한 옵션(선택사항)이 들어 있어야 된다. 또 낙상 같은 긴급상황에 놓였을 때 가족 보호자나 119에 연락 및 위치 전송이 가능한 스마트 보행기도 만들어져야 마땅하다.
고령친화 제품이 세분화·고급화하면 집안 구조 또한 고령층에 맞게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실버타운은 장점도 있지만, 비용적인 부담에다 본인의 추억·친구가 있는 지역을 떠나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향후 각자 질환에 맞는 가구와 부엌, 화장실 등 고령친화 제품을 이용한 실버 인테리어 산업도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부산은 디지털 치료제 등으로 첨단 고령친화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최적의 도시이다.
고령친화산업 개발과 아울러 중요한 것은 고령층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충남 공주시에서는 ‘어르신 놀이터’라는 시범사업을 시작해 눈길을 모은다. 연령대에 맞는 근력 운동뿐 아니라 일상 생활과 건강에 필요한 최소한의 움직임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여러 기구를 이용한 놀이요법의 경우 인지기능 개선에 도움이 되도록 조성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중 할아버지 역의 오일남이 어릴 때 놀이터에서 놀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오일남은 인생에서 가장 즐겁게 시간을 보낸 그때가 그립다고 했다. 그처럼 부산시도 고령층의 건강과 골절 방지를 위해 지역 건강센터에 노인들이 즐겁고 편안하게 놀 수 있는 어르신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상현 부산대병원 정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