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흥곤의 요기좋아<6> 순천 선암사 해우소가 지방문화재라고요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선암산 뒷간. 국내 화장실 중 가장 깊고 아름다워 지방문화재로 지정됐다.
선암사 뒷간 입구.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 … /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 선암사 해우소 앞 /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정호승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중 ‘선암사’라는 시다.

1년 365일 꽃이 지지 않는다는 선암사 전경.
선암사 와송.
선암사 승선교 둥근 천장 아래고 강선루의 자태가 한 폭의 그림 같다.


태고종의 본산인 순천 조계산 선암사. 으레 있을 법한 국보급 문화재 하나 없지만 단청없는 전각과 색바랜 기왓장, 고색창연한 돌계단 그리고 사시사철 꽃이 지지 않는 매력으로 국내 산사 중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고 있다. 영화 ‘동승’ ‘아제아제 바라아제’나 드라마 ‘상도’ 등의 촬영지로 애용됐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사하촌에서 일주문까지의 1.5㎞쯤 되는 흙길은 관광공사가 선정한 전국 최고의 명상로. 도심에서 묻혀온 온갖 번뇌와 번거로운 일상을 벗고 깨달음의 공간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줄 즈음 무지개 다리인 승선교(昇仙橋)와 강선루(降仙樓)가 시야에 들어온다. ‘신선이 되어 오르는 다리’와 ‘신선이 내려와 노니는 누각’. 자태만큼이나 이름에도 운치가 묻어난다. 승선교 아래 다리를 건너 잠시 계곡으로 내려서자. 승선교의 둥근 천장 아래로 보이는 강선루의 자태가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선암사의 명물은 600년 된 토종 매화. 절의 제일 끝단 칠전선원과 종정원인 무우전 사이 차밭 가는 돌담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대략 10그루. 3월 말부터 4월 초 예의 고고한 자태를 다소곳하게 뽐내고 빛을 발한다. 아름다운 자태 못지않게 선암사 토종 매화는 향이 아주 짙다. 절정인 4월 초쯤이면 경내가 온통 매화향으로 진동한다. 선방의 한 스님은 돌담 너머 가지를 뻗친 홍매화의 진한 향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오전 9시 전후해선 집중이 안 될 정도라고 말한다. 아쉽게도 이번 주말이면 끝물이라 그 진면모를 볼 수 있을는지….



선암사 영산홍.
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6’에서 ‘선암사는 1년 365일 꽃이 없는 날이 없다’고 한다. 춘삼월 생강나무, 산수유의 노란 꽃이 새봄을 알리기 시작하면 매화 살구 개나리 진달래 복숭아 자두 배 사과 영산홍 자산홀 철쭉이 시차를 두고 만개해 꽃대궐을 이룬다. 그것도 여느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늠름한 고목에서 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감히 예쁘다는 말도 나오지 않는다. 발아래도 있다. 칠전선원 돌담 아래 화사한 모습의 금낭화와 며느리밥풀꽃도 놓치지 말자. 꽃잔치의 조연으로 이들이 있기에 감동이 두 배로 다가온다.



정말 놓쳐선 안 될 볼거리는 400년 된 뒷간. 국내 화장실 중 가장 깊고 아름다워 지방문화재로 지정됐다. 아마도 화장실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지 않을까 싶다.



선암사 뒷간은 그냥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안에 들어가 볼일을 봐야 제맛을 알 수 있다. 왼쪽은 남자, 오른쪽은 여자. 각각 8칸씩 나뉜 해우소인데, 뚫려 있는 창살 사이로 경내가 다 보인다. 그러나 밖에서는 안쪽이 보이지 않는다.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이 해우소는 지금도 건축 전공 대학생들이 찾아와 사진촬영과 함께 짜임새를 조사하는 등 연구대상으로 인기가 높다.



소설가 김훈은 저서 ‘자전거 여행’에서 선암사 뒷간을 두고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전남 순천 승주 지방을 여행하는 사람들아, 똥이 마려우면 참았다가 좀 멀더라도 선암사 화장실에 가서 누도록 하라. 여기서 똥을 누어보면 비로소 인간과 똥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 수가 있다.(…) 사랑이여, 쓸쓸한 세월이여, 내세에는 선암사 화장실에서 만나자’. 이토록 고고하고 철학적이면서도 문학 소재로 사랑받는 화장실은 선암사 뒷간 말고는 없지 않을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울산·경남 영하권 초겨울 추위…일교차 유의
  2. 2[속보] 서울에 벌써 ‘첫 눈’ 내렸다... 작년보다 26일 빨라
  3. 3'저출생 여파' 내년 초등입학생 역대 첫 20만명대로 감소 유력
  4. 4[속보] 트럼프 “UFC 회장에 백악관 대변인 제안, 광기 어린 좌파로부터 우리 지켜야”
  5. 5부산시, 국제e스포츠연맹에 임대료 유상 전환 통보... 사무국 해외 이전 우려
  6. 6부산서 부탄가스 난로 폭발 사고... 2명 화상
  7. 7'中 스파이 연루설' 젠슨 황 딸, ‘가족 문제’로 방한 취소
  8. 8[속보] 검찰총장 인선 절차 연기... 후보 추천위 이달 중 개최 예정
  9. 9정풍송 노래비 건립 재추진 움직임에 밀양시의회 “반대”
  10. 10금관가야 왕도 김해, 내년 '고도' 지정 도전
  1. 1오세훈, 증시 폭락 직격... “국민연금으로 지방 선거용 주식도박"
  2. 2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3. 3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4. 4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5. 5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6. 6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7. 7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8. 8이 대통령, 법무장관 후보자에 이용철 지명…국세청장엔 안덕수
  9. 9[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10. 10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1. 1'저출생 여파' 내년 초등입학생 역대 첫 20만명대로 감소 유력
  2. 2'中 스파이 연루설' 젠슨 황 딸, ‘가족 문제’로 방한 취소
  3. 3부울경, “동남권 광역 철도망 확충은 30분 생활권 완성에 꼭 필요”
  4. 4올해 3분기 상용직 증가분 75%는 60세 이상…20·30대는 감소
  5. 5녹색전환 핵심 ‘전기화’, 기업10곳 중 3곳만…“인센티브 필요”
  6. 6식품·외식 분야에서 ‘웰니스 소비’ 앞으로도 지속된다
  7. 7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 9일 개막…"K-GX 전략 소개"
  8. 8“평소 접하기가 힘들었던 전통주 맛보고 싶다면 꼭 들르세요”
  9. 91249회 로또복권 1등 14명…당첨금 20억2505만 원
  10. 10[속보]"'블루웨이브 쇼크'에 세계증시 시총 하루만에 4800조 원 증발"
  1. 1부산·울산·경남 영하권 초겨울 추위…일교차 유의
  2. 2[속보] 서울에 벌써 ‘첫 눈’ 내렸다... 작년보다 26일 빨라
  3. 3부산시, 국제e스포츠연맹에 임대료 유상 전환 통보... 사무국 해외 이전 우려
  4. 4부산서 부탄가스 난로 폭발 사고... 2명 화상
  5. 5[속보] 검찰총장 인선 절차 연기... 후보 추천위 이달 중 개최 예정
  6. 6정풍송 노래비 건립 재추진 움직임에 밀양시의회 “반대”
  7. 7금관가야 왕도 김해, 내년 '고도' 지정 도전
  8. 8부산 영도구 주택서 부탄가스 난로 폭발…50대 남성 2명 화상
  9. 9세계적 위상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대망의 우승은 독일의 김정환
  10. 10신호대기 중 잠든 '음주 운전' 30대, 벌금 1300만 원
  1. 1‘승률 98.6%’ 배드민턴 안세영,사상 첫 2시즌 연속 11승
  2. 2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3. 3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4. 4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5. 5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6. 6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7. 7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8. 8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9. 9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10. 10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우리은행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