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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곤의 요기좋아<6> 순천 선암사 해우소가 지방문화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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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산 뒷간. 국내 화장실 중 가장 깊고 아름다워 지방문화재로 지정됐다.
선암사 뒷간 입구.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 … /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 선암사 해우소 앞 /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정호승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중 ‘선암사’라는 시다.

1년 365일 꽃이 지지 않는다는 선암사 전경.
선암사 와송.
선암사 승선교 둥근 천장 아래고 강선루의 자태가 한 폭의 그림 같다.


태고종의 본산인 순천 조계산 선암사. 으레 있을 법한 국보급 문화재 하나 없지만 단청없는 전각과 색바랜 기왓장, 고색창연한 돌계단 그리고 사시사철 꽃이 지지 않는 매력으로 국내 산사 중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고 있다. 영화 ‘동승’ ‘아제아제 바라아제’나 드라마 ‘상도’ 등의 촬영지로 애용됐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사하촌에서 일주문까지의 1.5㎞쯤 되는 흙길은 관광공사가 선정한 전국 최고의 명상로. 도심에서 묻혀온 온갖 번뇌와 번거로운 일상을 벗고 깨달음의 공간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줄 즈음 무지개 다리인 승선교(昇仙橋)와 강선루(降仙樓)가 시야에 들어온다. ‘신선이 되어 오르는 다리’와 ‘신선이 내려와 노니는 누각’. 자태만큼이나 이름에도 운치가 묻어난다. 승선교 아래 다리를 건너 잠시 계곡으로 내려서자. 승선교의 둥근 천장 아래로 보이는 강선루의 자태가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선암사의 명물은 600년 된 토종 매화. 절의 제일 끝단 칠전선원과 종정원인 무우전 사이 차밭 가는 돌담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대략 10그루. 3월 말부터 4월 초 예의 고고한 자태를 다소곳하게 뽐내고 빛을 발한다. 아름다운 자태 못지않게 선암사 토종 매화는 향이 아주 짙다. 절정인 4월 초쯤이면 경내가 온통 매화향으로 진동한다. 선방의 한 스님은 돌담 너머 가지를 뻗친 홍매화의 진한 향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오전 9시 전후해선 집중이 안 될 정도라고 말한다. 아쉽게도 이번 주말이면 끝물이라 그 진면모를 볼 수 있을는지….



선암사 영산홍.
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6’에서 ‘선암사는 1년 365일 꽃이 없는 날이 없다’고 한다. 춘삼월 생강나무, 산수유의 노란 꽃이 새봄을 알리기 시작하면 매화 살구 개나리 진달래 복숭아 자두 배 사과 영산홍 자산홀 철쭉이 시차를 두고 만개해 꽃대궐을 이룬다. 그것도 여느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늠름한 고목에서 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감히 예쁘다는 말도 나오지 않는다. 발아래도 있다. 칠전선원 돌담 아래 화사한 모습의 금낭화와 며느리밥풀꽃도 놓치지 말자. 꽃잔치의 조연으로 이들이 있기에 감동이 두 배로 다가온다.



정말 놓쳐선 안 될 볼거리는 400년 된 뒷간. 국내 화장실 중 가장 깊고 아름다워 지방문화재로 지정됐다. 아마도 화장실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지 않을까 싶다.



선암사 뒷간은 그냥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안에 들어가 볼일을 봐야 제맛을 알 수 있다. 왼쪽은 남자, 오른쪽은 여자. 각각 8칸씩 나뉜 해우소인데, 뚫려 있는 창살 사이로 경내가 다 보인다. 그러나 밖에서는 안쪽이 보이지 않는다.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이 해우소는 지금도 건축 전공 대학생들이 찾아와 사진촬영과 함께 짜임새를 조사하는 등 연구대상으로 인기가 높다.



소설가 김훈은 저서 ‘자전거 여행’에서 선암사 뒷간을 두고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전남 순천 승주 지방을 여행하는 사람들아, 똥이 마려우면 참았다가 좀 멀더라도 선암사 화장실에 가서 누도록 하라. 여기서 똥을 누어보면 비로소 인간과 똥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 수가 있다.(…) 사랑이여, 쓸쓸한 세월이여, 내세에는 선암사 화장실에서 만나자’. 이토록 고고하고 철학적이면서도 문학 소재로 사랑받는 화장실은 선암사 뒷간 말고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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