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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철거한 자리 고양이는 남는다…“작은 배려로 생명 구할수 있어”

유기동물의 사랑을 찰칵 '펫토그래피' <3> 10마리 입양한 최명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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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다리 장애, 보금자리 잃은
- 유기묘 10마리와 12년째 동거

- 재개발 현장서 넷째 ‘티티’ 구조
- 고양이 영역 쉽사리 바꾸지 않아
- 재개발 공사 전 급식소 위치 옮겨
- 현장 밖으로 천천히 유인해야 해

- “코로나19 이후 생계 어려울 때도
- 생활비 줄여가며 반려묘 돌봐
- 사람이 먼저란 생각 의심해봐야”

지난 2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인구는 13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중 고양이를 기르는 인구는 27.7%. 약 362만 명이 고양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최명환 씨가 구조하거나 입양해 기르는 10마리의 고양이들. 그래픽·사진=오찬영PD
미국수의협회(AVMA)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팬데믹 퍼피’의 영향으로 입양동물이 증가했다. 지역별 검색 추이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 내 ‘동물 입양’ 키워드 검색량은 작년보다 최대 20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입양이 늘어난 만큼 유기동물도 증가했다. 단순 변심은 물론 경기침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려동물 한 마리의 월 평균 양육비는 15만 원으로 전년 대비 3만 원 증가했다.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리나 눈이 불편한 장애묘부터 아파트 재개발 공사로 인해 보금자리를 잃고 방황하던 고양이까지 입양해 총 10마리를 기르는 집사가 있다.

바로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12년 차 고양이 집사 최명환(48) 씨다. 취재진은 지난달 29일 펫토그래피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최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사장 고양이

길고양이 인식에 대해 답변하고 있는 최명환 씨. 그래픽·사진=오찬영PD
최 씨는 처음에 고양이가 아닌 개를 키웠다. 약 18년을 키운 개를 떠나보내고 ‘다시는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2년이 흐른 뒤 어느 날 그는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구조된 새끼고양이를 마주하게 된다.

안타까운 마음에 한동안 고민하던 최 씨는 결국 구조된 고양이를 입양하고 ‘제이티’란 이름을 지어줬다. 그렇게 시작된 길고양이와의 인연. 최 씨는 두 번째 가족 ‘보리’도 입양했다. 세 번째로 입양된 고양이는 눈이 하나 밖에 없는 장애묘 ‘콩이’다.

해운대구 반여동 인근 재개발 구역에서 보금자리를 잃은 고양이들을 눈여겨보던 최 씨는 문득 ‘영역동물인 고양이가 자기의 터전을 잃으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공사장 안에 고양이들이 많이 있었고, 이들을 챙겨주는 캣맘과 캣대디도 있었다.

하지만 시공사나 자치단체는 고양이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가림막 설치 외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 “고양이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 씨는 고양이를 직접 구조하기 시작했다.

그가 공사장에서 발견해 입양한 네 번째 가족이‘티티’다. 철거 전날까지 공사현장을 떠나지 않던 티티는 사람을 몹시 경계해 구조가 힘들었다고 한다. 다음 날이면 철거가 시작되기에 걱정하던 최 씨는 어떻게든 구조하기 위해 공사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평소 티티가 자주 왕래하던 집에 들어가니 티티가 있었다. 티티는 경계는커녕 도망도 가지 않은 채 잠을 자듯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쉽게 구조한 티티를 병원에 데리고가자 췌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생명이 위태로웠던 티티는 병원 치료와 최 씨의 손길 아래 점차 몸을 회복했다.

그는 공사 현장에서 지내는 고양이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고, 다섯 번째로 ‘페페’를 구조했다. 페페는 ‘모리’ ‘모비’ ‘올페’를 낳았다. 최 씨는 이들도 함께 키운다. 이후 ‘밥’과 ‘리모’를 추가로 구조했다. 이렇게 최 씨가 기르는 고양이는 10마리가 됐다.

최 씨에게 입양되기 전 위험한 공사 현장에서 지내던 고양이 ‘티티’. 최명환 씨 제공
■2년만에 마음의 문 연 티티

개만 키워봤던 최 씨에게 고양이의 성격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람 손을 잘 안 탈 뿐더러 같은 품종이어도 성격이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췌장염을 앓은 티티와 친해지기 어려웠다고 귀뜀했다. 그는 조급해하지 않고 티티를 억지로 만지려고 하거나 관심을 끌려고 하지 않았다. 묵묵히 끼니를 제때 챙겨주며 먼발치에서 사랑을 보냈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티티는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점차 티티와 최 씨의 거리는 가까워졌고 어느샌가 티티는 자기 몸을 최 씨의 발에 스치며 지나다니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완벽하게 마음의 문을 열어 애교도 부리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언어가 없어 서로를 알아가고 마음을 열기까지의 과정이 오래 걸렸을 뿐이지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느꼈다”며 “티티가 마음을 처음 열었을 때 정말 반갑고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힘겨운 시간

입양당시 한쪽 눈이 보이지 않던 ‘콩이’. 최명환 씨 제공
학원업에 종사하는 최 씨의 직업 특성상 코로나19의 여파는 생계에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금전적으로나 심적으로 고립된 상황이었고 일상이 정지된 채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에게 고양이들은 큰 위로가 됐다.

그는 “여러 모로 힘든 시간이었다. 고양이들이 있어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이어 ‘금전적인 어려움을 어떻게 버텼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최 씨는 ‘내가 쓰는 비용을 절감하더라도 고양이들을 끝까지 책임질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의지로 입양한 고양이들을 유기하는 상황이 절대 오지 않게 하기 위해 입양할 때부터 단단히 각오했다. 학원 운영이 어려웠을 때도 생활비를 줄였다.

최 씨는 병원비로 인한 지출이 컸다고 한다. 고양이도 나이가 들면 자주 병원에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고양이들은 아파도 잘 내색하지 않는다”며 “고양이의 평소 루틴이나 대소변 습관을 잘 관찰하고 평소와 다르다면 빨리 알아채는게 좋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먼저다?

취재진은 최 씨에게 최근 이슈인 길고양이로 인해 발생되는 주민과의 갈등, 피해 및 생태계 교란 문제를 물었다. “시공사가 아파트를 빨리 지으려는 욕심만 앞세우고 동물 보호 의지는 부족합니다. 고양이나 다른 동물들 입장에서는 공사 전의 장소가 자신의 고향이며 이들에 대한 아무런 배려 없이 공사를 하는 것은 고향에서 내쫓는 것과 다름없어요.”

이에 그는 해결책 중 하나로 공사가 시작되기 전 급식소를 설치해 천천히 급식소의 위치를 공사 현장 밖으로 옮기는 것을 제시했다. 이렇게 하면 고양이들이 기계에 끼이거나 인부들의 일을 방해하는 일도 줄어 공사가 더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씨는 ‘사람이 먼저다’ ‘사람 중심의 세상’이라는 구호에도 의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고양이 처우 개선에 반대하는 사람들과도 많이 만나본 그는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로 ‘사람이 먼저 아니냐’를 꼽았다. 하지만 최 씨는 사람이 먼저고 중심이라면 유기동물 해법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되지 않은 자연 상태에서 사람만큼, 혹은 사람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동식물도 있다.

실제로 ‘침팬지 박사’로 유명한 제인 구달은 지구에서 생존하는 모든 종의 다양성인 ‘생명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녀는 생물 다양성을 거미줄, 즉 ‘생명의 그물망’에 비유했다. 거미줄이 하나씩 끊어지면 점점 약해지는 것처럼 동식물의 종이 하나씩 없어지면 생명의 그물망은 끊겨 나갈 것이고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최 씨는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물도 있는데 ‘무작정 사람이 먼저라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등한시하자는 의미는 아니고 ‘다른 종도 중요하기에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달라고 했다.


※제작지원 : BNK 부산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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