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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민망하다고 참으면…항문직장농양 수술해야 할수도

  • 정현석 부산제2항운병원 원장
  •  |   입력 : 2023-04-24 18:57:00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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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인후과를 개업한 대학 후배로부터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그는 4일 전부터 항문이 불편했는데, 바빠서 대장항문외과 진료를 따로 보지 못해 항생제와 진통소염제 처방약을 먹으며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 통증이 점점 심해져 연락한 것이었다. 진찰 결과, 항문직장농양이 심한 상태여서 응급으로 절개 및 배농(고름을 빼냄) 수술을 시행했다. 그 뒤로 치루가 생겨서 다시 치루수술을 했다. 후배가 증상이 있을 때 바로 왔다면 훨씬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항문은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없고 남에게 보여주기도 민망한 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조기 치료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흔히 치질로 알려진 치핵,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직장농양, 치루가 대표적인 항문질환이다. 치핵 치열과 달리 항문직장농양은 응급으로 절개해 고름을 배출하는 등의 수술이 꼭 필요하다. 이 질환은 항문샘의 ‘관’이 분변 이물 외상 등에 의해 막히면서 분비물이 배출되지 않고 감염이 생겨서 고름이 형성되는 것이다. 고름이 배출되지 않으면 농양 부위가 점점 커지게 된다. 또한 고름이 한 곳에 가만히 있지 않고 직장 주변이나 고환 쪽으로 뻗어나가면서 치루가 생기기도 한다. 치루는 배출된 농양이 있던 자리로 항문 직장 주변에 관을 형성해 만성적인 염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항문직장농양이 있을 때 대부분 치루가 생긴다.

항문직장농양의 대표적인 증상은 항문 주위가 욱신거리는 통증이다. 농양이 피부와 가까운 것은 초기에 통증이 심해서 이른 시기에 병원을 찾게 된다. 하지만 농양이 심부 또는 직장 옆에 있으면 초기에 통증이 심하지 않고 발열만이 주증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병원 방문이 늦어지고 농양이 많이 진행된 상태로 오면 치료가 어려워진다. 간혹 피부와 가까운 표재성 농양에서 농양이 저절로 터지고 고름이 배출되면 통증이 좋아져 치료를 안 받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치루가 생성되고 만성적인 염증으로 이어지기에 진료를 받아야 한다.

당뇨와 비만 등의 만성 질환, 스테로이드 및 암 치료 등에 의한 면역 저하는 항문직장농양의 원인이자 악화 요인이다. 이런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에게서 항문직장농양이 2차 감염된 경우(환자가 손으로 짜거나, 고약 등을 붙이는 경우)에는 회음부에 표재성으로 광범위하게 피부 근막 근육이 괴사되는 과사성 감염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는 패혈증을 초래할 수 있고, 생명까지 위협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기저질환자에게 항문 통증이 있는 경우는 더욱 조기에 대장항문외과를 방문해 진단이 이뤄져야 하며 항문직장농양이나 치루일 경우에는 수술 및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

우리 인체의 항문은 남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부분이라, 다소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그냥 참고 넘어가기 쉽다. 하지만 항문의 불편함이 항문직장농양이나 치루처럼 수술이 꼭 필요한 질환일 수 있다. 따라서 항문에 불편감이 생기면 조기에 대장항문외과를 찾아서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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