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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영유아 발달지연, 정확한 조기진단 중요

  • 도환권 해운대백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  |   입력 : 2023-05-08 18:48:26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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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생후 39개월의 남자아이와 부모가 찾아왔다. 아이의 말이 느려서 1년 넘게 언어치료를 받아도 호전이 안 된다는 호소였다. 그 아이는 생후 20개월 당시 영·유아 검진에서 ‘심화평가’ 권고를 받은 후 언어치료를 하고 있었다. 또 26개월 된 여자아이가 부모와 함께 왔는데, 대근육 발달에 대한 심화평가 권고를 받은 상태였다. 보행은 되는데 달리기가 어렵고, 까치발 보행과 두발 점프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진료 후 두 아이의 발달지연에 대한 검사가 이뤄졌다.

이들 아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둘 다 심화평가 권고를 받았지만, 이후 대처방안에서 차이를 알 수 있다. 남자아이는 언어치료부터 했으며, 여자아이는 병원에서 평가를 받은 것이었다. 남자아이는 발달평가 후 전체 발달지연이 확인됐으며, 최종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진단됐다. 여자아이는 대근육 발달지연이 확인되었고, 뇌 MRI 검사에서 뇌실 주위 백질연화증에 따른 뇌성마비로 진단돼 치료를 받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영·유아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모두 8차로 이뤄지며, 발달평가는 3차 검진(9~12개월) 때 진행된다. 검진 후 발달사항에 대해 ‘심화평가, 추적검사 요망, 지속관리 필요’의 3단계로 분류된다.

심화평가는 영·유아 발달장애 정밀검사기관으로 등록된 병원에 가서 정밀평가를 받도록 권고하고, 정밀검사비도 지원해준다. 건강검진 통계(2021년)에 따르면 발달 선별검사에서 심화평가 권고를 받은 환아는 전체 검진 환아의 2.43%(4만3880명)이며, 추적검사 요망은 11.63%(20만9841명)에 이른다. 하지만 영·유아 검진은 의무사항이 아니고, 발달평가 또한 부모 작성의 문답식 검사여서 실제 발달이상 아동의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심화평가 권고 이후 모든 환아들이 병원에 가는 것일까? 실제 발달지연 환아와 부모를 만나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이가 발달장애로 진단받는 것을 꺼려해 치료부터 원하는 부모들이 있다. 그리고 ‘기다리면 좋아질 것’이라며 검사를 받지 않는 부모, 심화평가 권고 후 어떻게 할지 몰라 사설 치료센터에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최근 5년간 영·유아 발달장애 정밀검사비를 지원받은 비율은 12~17% 수준이다. 심화평가 권고를 받은 영·유아 보호자를 대상으로 정밀검사 지원사업에 대해 물어보니, 72.5%가 모른다고 답했다. 그런 점에서 발달장애 검사에 대한 정보 접근과 인식 개선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아이의 발달장애 검사 전에 치료부터 받거나, 원인을 잘 모르고 치료를 지속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을 수 있다. 모든 발달장애 치료는 원인 질환이나 임상 양상, 중증도, 합병증 유무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중재가 꼭 필요하다. 영·유아 발달지연은 조기 진단·개입이 아동의 발달 가능성을 최대화하고, 장애는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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