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회째 치르는 동안 혁신 뒤늦어
- 후진 양성 등서 발빠른 대처 미흡
- ‘다이빙벨 사태’후 이사장 파워↑
- 비판 기능 부재로 자정 능력 약화
- 여성영화인모임 등 “예고된 갈등”
24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임시 이사회에서 최근 터진 ‘BIFF 내홍’ 사태를 놓고 이사진이 논의를 펼칠 예정인 가운데 영화계 안팎의 목소리는 결국, ‘지금 변화·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요청으로 집약된다.
이번 BIFF 내홍을 ‘내부 개선·혁신을 논의하던 중 돌발적으로 불거진 사태’라고 분석하는 의견도 제기된다. 하지만 오래 누적돼 온 문제가 계기를 만나 일시에 터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는 여러 영화단체가 발표한 성명 등을 통해서도 판단할 수 있다.
예컨대 “2000년 창립 이래 언제나 부산국제영화제의 충실한 지지자”라고 밝힌 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은 22일 낸 성명에서 ‘폐쇄성’ ‘고질적’ ‘미래를 위한 숙고나 구성원의 충분한 협의에 따른 것이 아님’ 등의 표현을 썼다. 이런 인식은 다른 단체의 성명 등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9일 BIFF의 조종국 운영위원장 임명, 지난 11일 허문영 집행위원장 사퇴로 이어진 사태가 우발성이 아니라, 해묵고 누적되고 고질화된 일련의 문제가 급기야 드러난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는 것이다.
허 집행위원장 사퇴 또한 인사·예산 권한이 매우 제한되는 집행위원장으로 몰린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조명한다면, 이번 임시 이사회 등의 논의 자리에서는 바로 그런 과정·누적·문제가 어떠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BIFF는 이른바 ‘패밀리’ 형태 조직으로 출발했다. 끈끈하고 친밀한 관계로 똘똘 뭉친 역량 높은 소수 젊은 전문가가 밤낮 없이 너나없이 노력해 단숨에 큰 성공을 일군 좋은 모델이다. 이는 20세기형 모델로, 당시 문화운동·사회운동 방식의 강력한 추진력·조직력·철학을 바탕으로 힘을 발휘했다.
1996년 제1회가 열린 BIFF 또한 21세기 ‘초연결시대’ ‘디지털 대변혁’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어느 해 BIFF 고위 관계자가 “올해는 올리버 스톤 감독을 초청했으니 대박”이라고 말하자 한 스태프가 “요즘 젊은 친구들은 올리버 스톤이 누군지도 모릅니다”고 답했다는 등의 일화가 심심찮게 나올 만큼 시대는 흘렀다.
BIFF가 자체 리더십을 발휘해 21세기 변화에 발맞춰 혁신·전환을 꾸준히 감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기됐으나, 그런 추이를 원활하게 따라가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즈음 고 김지석 BIFF 부집행위원장은 ‘변화·후속 세대 육성’ 등에 관한 언론의 반복된 질문에 “우리도 후진 양성을 계속 고민 중이다”는 답변을 고민스러운 얼굴로 반복해서 내놓았다.
2014년 ‘다이빙벨 사태’가 터지며 상황은 거꾸로 갔다. 민간 이사장 체재로 독립했고 이사장 권한은 집중·강화됐다. 이와 함께 비판·견제 기능도 약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상황에 비추면 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BIFF의 ‘우물 안 구조’ 개선을 멀어지게 했다. 이번 신임 운영위원장 임명 건 또한 애초 이견이 제시됐음에도 객관성 있는 시스템이 돌아갔다기보다 ‘내부만 보며’ ‘우리 사람’에 집착한 탓에 터졌다는 해석이 많다.
BIFF는 예술성·대중성·마켓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모순되고 복잡한 과제를 안은 페스티벌이다. 그간 BIFF 주위에서는 ‘미래 비전, 미래 비전’ ‘변화, 변화’라고 제기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