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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노화와 치매 사이, 경도인지장애

  • 서병현 대동병원 신경과 과장
  •  |   입력 : 2023-06-12 19:37:09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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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보호자를 따라 진료실을 찾은 70대 남성이 상담 중에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간혹 있는 일이었지만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이 남성은 기억력이 저하되고 발음이 어눌해지는 증상으로 자녀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았지만 자신이 치매일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에 검사를 거부한 것이었다. 결국 며칠 후 다시 진료실을 찾은 그 남성은 검사결과 치매가 아닌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됐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은 901만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7.5%를 차지한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노화와 관련된 건강 문제 등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자분들의 치매 질문도 증가한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초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상적인 노화와 치매를 정확하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노화와 치매 사이의 경도인지장애를 미리 알아두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경도인지장애가 없는 사람은 치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1∼2%인 반면, 그 장애가 있는 사람은 그 비율이 10∼15%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중앙치매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에서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받은 환자는 166만8243명으로 65세 이상 인구 중 22.6%에 해당된다. 나이가 들면 신체 모든 부위에서 자연스럽게 노화가 일어나며 뇌 역시 마찬가지다. 기억력만 떨어지고 다른 인지능력은 유지되는 노인성 건망증과 달리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을 포함해 언어 구사능력, 시·공간, 추리 능력 등에 인지기능장애가 동반된다.

경도인지장애는 일상 생활에서 발생한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물체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힘들어하고 언어 이해력이나 표현력이 떨어지는 등 비슷한 연령대에 비해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다. 하지만 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혼자서 일상 생활을 못할 정도로 인지기능이 떨어지면 치매로 볼 수 있다. 환자의 판단과 보호자의 관찰을 통해 인지 저하 증상을 확인하고 영상의학 등 객관적인 검사로써 진단이 가능하다.

경도인지장애는 초기에 잘 대처하면 치매로 이어지는 것을 늦추고 예방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따러서 적극적인 검사를 통해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진단 이후 치료는 생활습관 교정을 시작으로 위험요인은 줄이고 보호 요인을 강화해 치매 발병 확률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면 주 3회 이상 걷기 운동과 같이 본인에게 맞는 신체활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두뇌활동을 위해 사람들과 자주 만나 소통하고 독서, 글쓰기, 퍼즐맞추기, 장기, 그림 그리기 등과 같은 취미활동을 갖는 것도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 담배는 끊어야 하고 음주는 줄여야 한다. 음식은 가급적 싱겁게 먹고 채소 생선 등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이롭다. 또 자신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을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60세 이상이라면 해마다 치매 검진을 받거나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인지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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