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이미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가 되었다. 2021년 기준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평균 합계출산율이 1.58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0.81명으로 유일하게 1명대 미만이다. 꼴찌에서 2위인 스페인(1.19명)과도 큰 격차가 난다.
그런데 의외의 통계가 하나 있다. 급격한 출산률 저하 추세와는 반대로 난임시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난임시술 환자는 2018년 23.4명에서 2022년 27.3명으로 17% 늘었으며, 난임 치료비는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출산율이 0.98명에서 0.78명으로 떨어진 것과는 역설적인 대비를 보여준다.
이 같은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출산을 간절하게 원하는 부부들이 많지만, 그들의 바람과 노력이 출산율에 온전하게 반영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들 중 상당수는 자연임신이 어려워 난임시술에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이고 있으며 일부는 결국에는 아이를 가지지 못한다.
이처럼 난임시술이 늘어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임신을 시도하는 여성의 연령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5년 사이 난임시술 건수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40~44세에서는 44%, 45~49세에서는 112% 각각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30세 미만에서의 난임시술 건수는 오히려 줄었다.
임신에 있어 여성의 나이는 절대적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의 가임력은 20대 초·중반에 최고조에 달하며 그 이후부터 서서히 떨어지다 30대 중·후반에는 가임력의 저하가 가속화되는 구간에 진입한다. 40대부터는 자연임신이 매우 힘들고 유산율 또한 올라간다. 이러한 자연 가임력 그래프와는 정반대로 우리나라의 평균 초산 연령은 1993년 26.2세에서 2020년 32.3세로 껑충 뛰었다. 이렇듯 임신 확률이 높은 연령대에서는 점점 더 결혼과 임신을 회피하고, 오히려 가임력이 낮은 연령대의 임신 시도가 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여기서 필자는 오랜 기간 난임 전문의로서의 경험과 의학적 사실에 기반해 매우 효과적일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제안한다. 바로 난자냉동이다.
여성의 임신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난자의 노화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20대 여성의 난자를 공여받아 시험관아기를 진행한 40대 여성에게는 20대의 임신률이 그대로 반영된다. 여러 사정상 결혼이 30대 중·후반 이후로 미뤄지는 여성들이 30대 초·중반에 자신의 난자를 동결 보관해 놓으면 40세 넘어 결혼을 하더라도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는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만일 35세 여성이 10개의 난자를 동결 보관하면 미래 시점에 최소 1명의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기대확률이 70% 가까이 되며 동결 난자 수를 20개로 늘렸을 때 그 확률은 90%에 육박한다. 이는 40세 이후에 시험관아기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출산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최근 서울시가 난자동결 비용을 최대 200만 원까지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전국 최초로 시행한다고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출산율 최하위권인 부산시를 비롯해 다른 자치단체들도 그런 지원사업을 적극 펼쳐주기를 기대해본다. 기존 저출산 대책들이 이미 꺾인 출산의지를 되살리는데 집중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냉정한 평가 속에서 난자냉동 지원은 출산 의지가 충만한 여성들의 장래 출산 가능성을 실제로 높여줄 수 있다는 차원에서 매우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